김진영기자
미국 연방 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해고 '칼바람'의 표적이 될 공무원의 신분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연방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으로 지명됐을 때 많은 공무원은 자신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은 직감했지만, 이제 그들은 새로운 두려움을 맞이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머스크)과 그의 수많은 추종자가 이들을 개인적인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머스크 CEO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롯됐다. 머스크 CEO는 지난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납세자들이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는 없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해당 게시물은 330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USIDFC는 저소득 국가의 기후 변화 대응 등을 돕는 투자 지원 기관으로 해당 보직을 맡은 여성은 현재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고 CNN은 전했다. 정부효율부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 공산이 큰 공무원의 신원을 머스크 CEO가 온라인에 공개하자 이를 '좌표'로 인식한 수많은 지지자가 공세에 가담한 것이다.
머스크 CEO는 미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인 한 여성도 불필요한 공무원으로 지목했으며, 이 밖에 보건복지부의 환경 정의 및 기후 변화 선임 고문과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선임 기후 고문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CNN은 "머스크에게 좌표가 찍힌 공무원들을 향해 부정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다른 공무원도 머스크 때문에 신변에 위협을 받거나 직장을 그만둬야 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머스크 CEO에게 지목된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은 에너지 기술 개발업체에 초기 투자를 지원하는데, 테슬라 역시 2010년 4억6500만달러를 지원받은 이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렛 켈리 연방공무원노조(AFGE) 위원장은 머스크 CEO의 행보를 두고 "연방 공무원에 공포와 두려움을 심으려는 전술"이라며 "공무원들이 겁을 먹어 저항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신설될 정부효율부의 지휘봉을 잡은 머스크 CEO는 2조달러 상당의 연방 지출 삭감과 더불어 대규모 연방 기관 및 규제 철폐를 예고한 상태다. 이날 엑스에선 "중복되는 규제 기관들이 너무 많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설립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없애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같은 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12월5일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정부 개혁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머스크 CEO가 예고한 대로 연방 정부를 마음껏 쥐락펴락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무원들은 법에 따라 신분과 정년을 보장받고, 민간 부문의 연방 계약자들은 소송전에 돌입해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역시 규제 폐지를 위해 태스크포스를 설립하고 각종 규제를 동결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지만, 초기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레이건 때와는 달리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보수층이 6 대 3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정 안되면 마음에 안 드는 부서를 오지로 보내 공무원들이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