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오지은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점을 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위헌적 요소를 많이 가진 법"이라는 인식이 확고하지만 특검법에 찬성하는 여론이 60%를 웃돌면서 거부권 행사 시점을 두고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9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적절한 시점에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르면 오늘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가 있을 시 여론의 반감을 살 수 있어 즉각 행사는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내부에서 감지된다.
거부권이 행사되면 김 여사 특검법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로 되돌려보낸 25번째 법안이 된다.
김 여사 특검법은 올해만 세 번째로 국회를 통과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 재표결을 거쳐 지난 2월 폐기됐다. 또 22대 국회 들어 같은 과정을 되풀이했고 지난달 4일 재표결에서 부결되며 폐기됐다.
이번 특검법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고,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되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비토권'을 담았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특검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재표결 시 재적의원(300명)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국민의힘 108석 중 이탈표가 8표 이상 나오지 않는 이상 부결돼 다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대통령실은 최근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쇄신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등 변화를 수용하고 있어 추가 이탈표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8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나선다는 방침이었으나 이날 재의결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특검법 재의결 투표를 28일 본회의에서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시점이 늦어질 수 있지만 아직은 당의 방침이 미확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보다 더 늦어졌다"며 "굳이 재의결을 급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내부 분열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여권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타이밍에 재의결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 원내대변인은 "여권의 상황과 관계없이 원칙대로 뚜벅뚜벅 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며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처리하는 방안과 미루는 방안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연기를 결정할 경우 내달 2일이나 10일에 열리는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