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석기자
기업 경기 전망이 2년9개월(33개월) 연속 부정적 수치를 보였다. 통계 집계 49년 만에 역대 최장 기록이다. 반도체 업종이 포함된 제조업 경기전망 지수가 부정적으로 집계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야권 주도로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 입법보다는 경제 지원 정책을 강화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가 97.3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경기가 전월 대비 부정적일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BSI 전망치는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BSI 전망치가 33개월 연속 부진한 것은 1975년 조사 시작 이래 49년 만에 최장기간을 기록했던 2018년 6월~2021년 2월(33개월) 이후 두 번째다. 새해 첫 달인 다음 달에도 부정적으로 전망되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업종별 희비가 교차했다. 제조업은 89.9, 비제조업은 105.1을 기록했다. 제조업은 지난 7월(88.5%) 이후 5개월 만에 90을 밑돌았다. 한경협은 "내수 침체 장기화의 영향으로 제조업 제품의 국내 공급이 5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제조업 경기심리가 악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10개 세부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기타운송장비(105.7)만 호조 전망을 보였다. 식음료·담배, 의약품은 기준치(100)에 걸쳤다. 반도체 업종이 포함된 전자 및 통신장비(94.1) 등 나머지 7개 업종은 기준치를 밑돌았다.
전자 및 통신장비 부진에 대해 한경협은 "가전 등 소비재 수요 부진과 중국 D램 생산능력 확대로 반도체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등이 겹치며 경기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내년 D램 가격은 지난달 대비 5~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제조업에서는 정보통신(94.1), 건설(95.5) 등 2개 업종 업황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도소매는 기준치에 걸쳤다. 전기·가스·수도(126.3) 등 4개 업종은 기존치를 웃돌았다.
조사 부문별 BSI는 내수 98.4, 자금 사정 97.5, 수출 97.3, 채산성 95.9, 고용 94.3, 투자 89.9, 재고 104.6 등 모든 부문에서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부정적(재고 과잉)으로 전망된다는 뜻이다. 다른 부문은 기준치보다 낮을 경우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특히 투자(89.9)는 지난해 4월(88.6) 이후 1년8개월(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투자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외리스크 확대와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3분기 국내 17개 산업 중 12개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업들은 경영실적 악화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상법 개정 등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하는 각종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