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태국의 한 불교 수도원에서 40여구의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수도원 측은 시신을 명상 수행에 활용했으며 기증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0여구의 시신이 발견된 또 다른 수도원에서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방콕포스트 등은 태국 북부 피찟주(州) 파 나콘 차이보본 수도원에서 지난 23일 시신 41구가 발견돼 경찰이 출처 등을 수사 중이라고 전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신이 발견된 수도원 측은 시신의 사망진단서와 시신 기증서를 근거로 "사망자의 가족들이 시신을 기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시신이 실제로 기증된 것인지, 자연사했는지 등을 유족에게 연락해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원 측은 명상 수행을 위해 시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원장은 현지 매체에 "시신 사용은 내가 개발한 '명상 기법'의 일부"라며 "수도자들이 시신이 든 관이 있는 공간에서 명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명상 기법을 배우기 위해 많은 승려가 수도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얼마나 많은 곳에서 이러한 명상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0일 인근 깜팽펫주의 또 다른 수도원에서도 시신 12구가 발견됐다. 당시 발견된 시신 중 4구는 최근 사망한 시신이었고 나머지 8구는 유골만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대부분 사망진단서는 없었지만 시신 기증서는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수도원의 수도원장 역시 시신은 명상 수업을 위해 활용되었으며 유족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부 수행자는 시신을 이용한 명상 수행에 참여한 후 초자연적 청각·시각 능력을 얻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국은 이러한 방식의 명상 수행이 전국에 얼마나 퍼져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국립불교국(NOB)도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시신을 수행에 활용한다는 수도원의 주장이 불교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지, 수행 방식이 적절한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