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재판 결과가 25일 나온다.
이미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 대표는 1심 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형 확정일로부터 10년간 공직선거 출마 자격이 제한된다.
이날 선고되는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받아온 4개의 재판과 최근 추가 기소된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 1억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를 통틀어 가장 유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사건이다.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실제 이 대표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했다는 김진성씨의 자백이 있는 데다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김씨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하는 내용을 증언해 달라고 부탁하는 음성 녹음파일이 증거로 제출돼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국가 사법기능을 해치는 위증사범에 대한 법원의 엄벌 기조에 비춰 재판부가 이 대표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경우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별도의 체포동의안 통과 없이 재판부가 이 대표를 법정구속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오후 2시부터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2018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던 이 대표가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씨에게 전화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혐의다.
당시 이 대표는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서 본인이 '누명을 쓴 것'이라고 거짓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사 사칭 사건은 이 대표가 변호사였던 2002년 5월10일 KBS '추적 60분' 담당 최철호 PD가 성남시 이 대표의 사무실에서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를 사칭하며 전화할 때 이 대표가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할 사항을 알려주는 등 최 PD와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사건이다.
이 대표는 해당 사건으로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기소돼 2004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2018년 5월29일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KBS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 이 대표는 검사 사칭 여부에 대한 경쟁 후보자의 질문에 "제가 한 게 아니고,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걸 도와줬다는 누명을 썼습니다", "저는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한 일이 없습니다. PD가 한 거를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습니다"라고 발언했다.
검찰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라고 판단, 2018년 12월11일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 자신이 최씨에게 사칭할 검사의 이름과 질문 사항을 알려주는 등 검사 사칭을 공모했고, 이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고서도 검사 사칭 사건에 공모하거나 가담하지 않은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재판에서 김씨에게 위증을 교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이날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씨가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알선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하고 정바울 대표의 백현동 개발사업을 돕던 중, 2018년 12월께 이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자는 협의 또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대표는 백현동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이 같은 이 대표의 부탁을 받은 김씨가 실제 2019년 2월14일 오후 2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를 한 뒤 실제는 그런 협의나 분위기가 있었는지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검사 사칭 사건 당시 김병량과 KBS 측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 위해 최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 또는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다는 것이 검찰이 김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범죄사실이다. 이 대표는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경기도지사직을 유지했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씨를 위증 혐의로, 이 대표를 위증교사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법조계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실제 법정에서 위증했다는 김씨의 자백과 이를 뒷받침할 이 대표와 김씨 간 통화 녹음파일이라는 결정적인 유죄 증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 때부터 범행을 자백한 김씨는 법정에서도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거짓 증언을 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2월26일 열린 재판에서 김씨는 '경기도지사이자 유력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이 직접 여러 차례 전화해 요구한 것에 대한 중압감과 이재명에 우호적인 성남 지역사회 여론 등 때문에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허위 증언을 한 것이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는 위증 이유에 대해 "이분이 큰 꿈을 가진 상황이어서 측은함도 있었고 급한 상황이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답했다. 경기도지사의 부탁이라는 중압감도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은 법정에서 이 대표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씨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녹취 파일을 재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음파일 중에는 이 대표가 '있는 대로 얘기해달라', '사건을 재구성하자는 건 아니다'라고 김씨에게 얘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대표는 이를 근거로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한 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인 이 대표가 통화가 녹음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식적으로 한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화 내용 중에 김씨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특정한 취지로 발언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한 것은 명백한 위증교사로 볼 수 있는 데다가 이 대표가 김씨에게 증언에 앞서 변론요지서를 보내 예상 질문에 대한 희망 답변을 연습시킨 정황까지 드러나 혐의를 벗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부장판사도 이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를 앞둔 상태에서도 연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실패한 교사'라는 등 무죄를 주장하는 글을 올렸던 것도 이 대표 스스로 이번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더 높게 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대법원은 위증죄의 '허위' 판단에 있어 객관적으로 사실이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따지는 '객관설'이 아니라 당사자의 내심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인지를 기준으로 삼는 '주관설'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대표가 김씨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김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내용을 마치 기억이 나는 것처럼 특정한 취지로 증언해달라고 부탁해도 위증교사죄는 성립한다. 기억이 나지 않는 걸 기억나는 것처럼 증언한 김씨 역시 위증죄가 성립한다.
위증으로 인해 재판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의 인과관계는 위증죄나 위증교사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편 대법원은 공범과 관련 '공범종속성설'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에게 공범인 위증교사죄가 성립하려면 일단 정범인 김씨에게 위증죄가 성립해야 되는데, 김씨 스스로 위증을 자백하고 있는 이번 사건에서는 특별히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다.
형법 제152조(위증, 모해위증) 1항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31조(교사범) 1항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위증죄나 위증교사죄는 법정형에 금고형이 없고 징역형과 벌금형만 규정돼 있다.
위증죄는 국가의 사법기능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다. 거짓 증언을 통해 법관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할 수 없게 방해하는 범죄인 만큼 사법부 내지 판사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허위 고소를 하는 무고죄와 더불어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형 선고 비율이 높은 범죄이기도 하다.
특히 위증교사죄의 경우 위증에 대한 범의가 없는 피교사자가 위증을 하게 만드는 범죄이기 때문에 죄질 면에서도 나쁘게 평가를 받는다.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제삼자로 하여금 자신의 범죄 증거를 인멸하게 시키면 증거인멸교사죄로 처벌하는 이유다.
공직선거법 제19조(피선거권이 없는 자) 2호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를 피선거권이 없는 자로 정하고 있다.
위증교사죄에는 금고형을 선고할 수 없는 만큼 이 대표가 위증교사죄로 징역형을 확정받을 경우 그 형이 실효될 때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은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뒤 10년, 3년 이하의 징역형은 5년이 지나야 형이 실효된다.
여러 개의 재판에서 각각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형을 선고받았을 경우 제한기간이 가장 긴 기간이 도과돼야 피선거권이 회복된다.
이날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았을 경우는 물론 벌금형을 선고받더라도 검찰의 '정치적 수사' 표적 수사'를 비난하며 무죄 주장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반면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심 형이 확정될 경우 10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이날 또다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사법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크게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