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금강산도 안 부럽네, 내연산 12폭포 지나 소금강 절경

저마다 개성 다른 포항 내연산 12폭포
소금강 전망대 겸재 정선의 숨결 느껴
보경사 금강소나무 아래서 황홀한 힐링

소금강 전망대 가는길에서 바라본 가을빛 내연산과 학소대.

소금강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연산폭포와 선일대

내연산 12폭포 중 최고로 손꼽히는 연산폭포

기암절벽위에 조성 된 소금강 전망대

내연산 12폭포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

산으로 올라갈수록 계곡물이 줄고 폭포 역시 규모가 작아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일대에 위치한 내연산은 계곡이 깊어질수록, 산으로 올라갈수록 수량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계곡 따라 12개의 근사한 폭포가 있습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개성이 넘쳐납니다. 마치 누가 더 아름다운지 경쟁을 하듯 한껏 멋을 부린 폭포들입니다. 내연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어 사계절 산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지만 그중 보경사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탐방객들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고 폭포길을 따라 연산폭포까지 트레킹을 즐깁니다. 연산폭포 주변의 기암은 전국 어느 산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연산폭포까지는 왕복 5㎞ 정도로 높낮이가 크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산책하듯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등산로는 줄곧 부드러운 경사와 탄력 있는 나무덱으로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보경사에서 출발해 연산폭포를 지나 제8폭포인 은폭포, 그리고 소금강 전망대로 해서 보경사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내연산의 다양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그런 길입니다.

천년고찰 보경사

보경사 옆 금강소나무숲길

고즈넉한 절집 보경사의 처마 끝 풍경소리와 공양간 굴뚝의 연기가 정겹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때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창건자인 지명법사는 진나라 유학시절 한 도인에게 8면 거울(보경)을 받았는데, 이 거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을 수 있고, 장차 삼국을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내연산 계곡에 8면 보경을 봉안하고 그 위에 절을 세웠는데 이 절이 바로 보경사다.

보경사 경내를 살짝 벗어나면 붉은 몸체가 하늘로 굽이쳐 올라가는 금강송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 시원하게 뻗어 올라간 금강송은 보경사만큼 가치가 있는 명물들이다.

계곡길에 접어들자 물소리가 짙어진다. 이 길에는 폭포가 끊임없다. 대부분의 등산객이 다녀오는 연산폭포까지 이르는 길에만 상생폭포,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풍폭포, 관음폭포가 늘어서 있다. 그 위로도 은폭포와 복호 1, 2, 실, 시명폭포가 더 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우람한 물줄기를 쏟아내고 있다. 해발 1000m 안쪽의 산에서 어찌 이리 많은 물이 솟아나는지….

내연산 12폭포 중 제1폭포인 상생폭포

상생폭포

깊어가는 가을 숲길을 걷고 있는 등산객

등산을 시작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드디어 첫 번째 폭포인 상생폭포를 만났다. 사자쌍폭, 쌍폭 등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상생폭포라 한다. 양 갈래로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다음은 보현폭포다. 바위 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에 감탄사가 나온다. 삼보, 잠룡, 무풍폭포도 멀지 않다. 잠룡폭포 아래서 영화 ‘남부군’의 목욕 장면을 촬영했고, 영화 ‘가을로’에서도 내연산계곡의 비경이 등장했다.

길목마다 자세하게 설명된 안내판이 있어 장소마다 사연을 알 수 있고 초행길 등산객에게는 정확한 길잡이가 된다. 물소리 새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보현함 초입이다. 오던 길을 따라 직진으로 가면 연산폭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꺾으면 소금강 전망대로 가는 길로 이어진다. 먼저 내연산의 많은 폭포 중에서 가장 빼어난 곳인 관음폭포, 연산폭포 쪽으로 길을 잡는다. 관음폭포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바위들이 즐비한데 그 위로는 구름다리가 걸려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가면 막다른 산길에서 우르르 쏟아지는 연산폭포의 위용이 장대하다.

내연산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음폭포

내연산 계곡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가고 있다

제8폭포인 은폭포를 감상하고 있는 등산객들

높이 30m, 길이 40m 폭포에서 터져 나오는 우렁찬 물소리에 속이 뻥 뚫린다며 연산폭포를 12폭포 중에 첫손에 꼽는 이도 많다. 가까이 다가서면 폭포에서 날아온 물보라에 연신 얼굴을 때린다. 옛사람들도 연산폭포에 반했는지 주변 바위에 한자를 새겨놓은 흔적이 많다.

연산폭포 주변의 기암은 전국 어느 산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이다. 게다가 양쪽 절벽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서 이 풍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가벼운 걸음으로 떠난 폭포 여정은 여기서 마무리해도 아무런 후회가 없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꼭 제8폭포인 은폭포를 보고 소금강 전망대로 해서 하산하는 걸 권한다.

산모퉁이를 돌 때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과 낙엽 길 덕분에 폭신폭신 힘든 줄 모르고 걷는다. 장쾌한 은폭포 바위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돌아서서 소금강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는 내연산 최고의 절경을 보기 위에서는 무조건 가야 한다. 전망대는 평평한 U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마치 스카이워크처럼 공중에 떠 있는 모양인데 흔들리거나 그런 것은 아니어서 스릴이 있거나 무섭지는 않다.

소금강 전망대에 서면 저 멀리 포항앞바다가 보인다

기암괴석에 둘러쌓인 연산폭포와 구름다리

소금강 전망대에 올라서면 굳이 안내문을 읽어보지 않아도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겹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 아래 오랜 세월 깎이고 패이며 꿋꿋하게 계곡의 배경으로 남아 있는 맞은편의 학소대 기암절벽과 그 위의 선일대, 물보라를 일으키는 연산폭포는 한 폭의 산수화로 펼쳐진다. 붉고 노랗게 물든 소금강의 절경이 가히 천하일품이다. 소금강 전망대에서 만나는 내연산의 풍광을 보며 300년 전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가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내연산은 하옥계곡 쪽에서도 오를 수 있다. 내연산이 거느리고 있는 향로봉(930m)을 향해 차고 오르는 본격적인 등산코스다. 향로봉 정상에서의 조망도 빼놓을 수 없다.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호미곶과 그 너머의 동해까지 다 내려다보인다.

◆여행메모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영천나들목으로 나와 4번 국도를 따라 영천까지 가서 28번 국도로 포항 내연산 보경사로 가면 된다.

볼거리= 경상북도수목원, 포항운하, 죽도시장, 영일대, 호미곶, 스카이워크, 일본인 가옥 거리 등 볼거리가 많다.

복불고기

먹거리= 보경사 입구에는 산채정식을 하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포항까지 갔다면 죽도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시장 어디서나 신선하고 저렴한 회맛을 볼 수 있다. 죽도시장 근처 북부시장의 새포항물회집이 유명하다지만 죽도시장의 물회는 대부분 비슷한 맛이다. 현지인들의 찐 맛집인 개미국시방은 복불고기(사진)로 유명하다.

사진팀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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