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FBI 트럼프 '보복수사' 비상…'변호사 준비'

NBC "법무부·FBI 전현직 기소 대비"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은 복수의 시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에 대비해 변호사에게 연락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 승리 이후 법무부와 FBI 내에서 트럼프 충성파 정치인들에게 표적이 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매트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되면서 경각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멧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 AFP연합뉴스

자신이 기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변호사와 접촉하기 시작한 한 전직 FBI 고위 당국자는 "우리가 한 일은 모두 공정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1월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장기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법적 싸움과 의회 조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고위 관리 출신 인사는 게이츠 의원을 지명한 것이 자신을 조사한 당국자들에게 복수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다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이츠는 사면권을 통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트럼프에게 모든 것을 빚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럼프 역시 게이츠가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게이츠는 2020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FBI 수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은 올해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모든 수사가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며 이에 관여한 법무부와 FBI 당국자들이 기소돼야 마땅하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백악관 공보국장에 내정된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에 대한) 모든 사건은 사기이고 당파적이고 위헌적인 마녀사냥"이라며 "민주당의 다른 모든 사기극과 마찬가지로 전면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FBI 당국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이들이 '부패 소굴'이라고 주장한 것을 많은 미국인이 여전히 믿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2020년 선거 전복 혐의에 대한 수사 등으로 자신들에게 형사 고발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취임 후 장기간 조사를 받는 경우 이들은 별개 사안으로 기소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트럼프에 대한 연방 범죄 수사가 불법이라는 점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법무부 또는 FBI 당국자가 세금이나 마약 등 트럼프 수사와 관련 없는 연방법을 위반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NBC는 지적했다.

실제로 2016년 대선 기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여러 트럼프 측근을 해당 의혹과 관련 없는 범죄로 기소했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폴 매너포트를 탈세 및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같은 사건을 수사한 존 더럼 특별검사는 수년간 중앙정보국(CIA)과 FBI의 활동을 조사했지만, 단 1건의 유죄 인정만 끌어냈다. NBC는 "그러나 더럼 특검의 조사를 받은 사람 중 다수는 수천달러의 법률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며 "이제 새로운 법무부와 FBI 관리들도 막대한 변호사 비용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부와 FBI 당국자들을 조사하는 목적이 간단하다고 말한다. 자신을 조사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다. 스티븐 길러스 뉴욕대 로스쿨 윤리학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을 방해할 수 있는 권력의 원천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게이츠 전 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은 복수를 위한 노력의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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