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희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본격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도 전에
'트럼프 스톰'이 몰아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환율'로, 지난 회 '알돈쓸잡'에서도 환율에 대해 간략하게 다뤘었죠.
그런데 이번에도 또 '환율'을 주제로 삼은 건
최근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를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환율 관찰대상국은 무엇이고,
이는 어떻게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상반기에 한번, 하반기에 한번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라는 것을 발표해 의회에 제출하는데요.
미국과 교역이 활발한 상위 20개 국가를 대상으로,
특정 국가가 환율 정책을 통해 무역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니터링하는 제도입니다.
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미국 재무부가 11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반기보고서를 통해 이뤄졌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간 환율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지난해 11월에 해제되고 지난해 6월에도 빠지면서
두차례 연속 명단에서 해제됐는데요.
그러다 이번에 1년 만에 다시 환율 관찰대상국에 오른 것이죠.
이번에 환율 관찰대상국에 오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인데요.
이들 6개 국가는 지난번에도 포함됐지만,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환율 관찰대상국을 지정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1. 150억 달러(약 21조원) 이상의 대미무역 흑자
2. 국내총생산(GDP) 3% 이상 경상수지 흑자
3.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이 중 3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고,
이 중 2가지에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됩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보고서에서 1번과 2번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무역 흑자와 GDP 3% 이상 경상수지 흑자에 해당해 환율 관찰대상국에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달러를 많이 벌어가니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24년 6월 기준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GDP의 3.7% 배에 해당하는데요.
이는 1년 전 0.2%에 비해 급증한 수치로, 기술 관련 제품의 해외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대미무역 흑자는 지난해 38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에 오르면 어떤 영향이 있길래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요?
앞서 미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을 지정하는 3가지 기준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이 중 3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데요
이 경우엔 미국의 직접적인 경제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번에 포함된 환율 관찰대상국은 당장의 불이익은 없으나
이보다 한단계 높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을 대상으로 달러를 많이 벌어가는 국가가 괘씸하겠지만요
한국은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원화 약세(달러 강세)를 의도한 게 아닌데다
원화 약세로 인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면도 상당하거든요.
우선 환율은 글로벌 경제 상황, 미국의 통화정책, 그리고 국제 유가 등 여러 가지 요소의 영향으로 결정되는 데다
원화 약세가 되면 미국이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가 수출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으나
동시에 수입품의 가격이 올라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특히 에너지 및 원자재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 국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이는 서민경제 악화로 이어져 결국 내수 침체까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가 국내 증시 저평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 공개를 앞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0.44포인트(0.40%) 오른 2,612.45에, 원·달러 환율은 2.3원 내린 1333.6원, 코스닥지수는 2.25포인트(0.30%) 오른 757.37에 개장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또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중 하나인데요.
'셀 코리아'라고 들어보셨나요?
통상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달러 환율 1200~1300원을 기점으로
환율이 오르면 매도우위,
환율이 내리면 매수우위가 형성되곤 하는데요.
최근 환율이 1400원 선까지 치솟으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가 한 때 4만원대까지 급락하기도 했죠.
외국인들만 우리 증시에서 이탈하는 게 아닙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코스피 코스닥이 힘을 못 쓰자
미국증시로 이탈하고 있죠.
정부와 금융당국은 환율의 마지노선이자 사실상 저항선으로 인식되는 1400원 선을 사수하기 위해 필사적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했는데요.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수년간 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았기 때문에 한동안 강달러 완화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특히 국내는 최근 주요 경제지표들이 둔화하기 시작하고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피해국이라는 인식이 높아 2025년에도 1200원대로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환율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만큼 환율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벌이에는 좋지만,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해
내수 경기가 침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데요.
독자 여러분들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관심을 갖고
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가장 잘 알려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부분도 많으니까요.
오늘도 독자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정보였길 바라며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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