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중학생 시절 장난으로 축구부 후배 발목을 걸어 넘어뜨렸다가 성인이 된 후 소년보호처분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나타났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19)는 만 14세였던 2020년 1월 강원 춘천시의 한 중학교 축구부 생활관 거실에서 후배 B군(당시 13세)과 장난을 치다가 B군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군은 척추뼈 중 하나인 축추에 치료 일수 미상의 폐쇄성 골절이 생겼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박성민 부장판사)은 폭행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재판과정에서 "서로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 피해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일 뿐 피고인에게는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며 "피고인의 행위 이후 수개월 이상 지난 뒤 발생한 상해와 피고인의 행위 간에는 아무런 인과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잠시 정신을 잃고 응급실에 간 사실 ▲'A군의 행동과 B군 상해와의 인과관계 가능성이 있다'는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의 감정 결과 ▲A씨가 수사기관에서 "장난치다가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발목을 걸었다"고 진술한 기록 등을 근거로 A군은 유죄라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다친 지 9개월 뒤인 2020년 10월 헤더를 하다가 팔다리 저림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아 축추 골절 등 진단을 받기 전까지 B군에게 비슷한 증상이 있었던 적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폭행으로 인한 증상이 뒤늦게 발현된 것으로 봤다.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 점과 범행 당시 만 14세의 어린 나이였던 점, 피고인이 장난을 치려는 의도에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