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이사회 독립성을 키운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투자자 중심의 다양하고 독립적인 주주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유상증자 추진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종료되고 10월21일 법원의 2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10월23일 회사의 자사주 공개매수도 종료된 이후 회사와 경영진은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다르게 21일 주가는 급등했으며, 22일 취득하는 물량부터 공개매수에 응할 수 없음에도 주가가 상승 기조를 계속 유지하는 등 예측을 크게 벗어났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종료된 직후인 10월24일에는 상한가를 기록하며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주가가 폭등했다"며 "두 차례 공개매수 이후 많이 줄어든 유통물량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극도로 심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긴급한 상황에서 지난달 30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공시했다"며 "당초 기존 주주와 일반 투자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 유통물량을 증대시킴으로써 주주기반을 확대하고 경영권 분쟁으로 대립되고 집중된 소유구조를 분산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증 공시 이후 "기관투자가, 소액주주 등 회사의 주주분들과 시장의 우려 등 제반 사정 변경이 발생했고, 관련 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가 있었다"며 "시장 반응과 사정변경은 당초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당시 회사와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위한 방안을 추진해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더욱더 귀를 기울이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 다양성과 주주 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비철금속 세계 1위라는 위상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시장과 주주의 의견을 듣고 이사회와 경영진에 전달하는 IR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분기배당 도입도 추진한다.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 예측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다.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는 내용을 정관에 담을 예정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 의사와 여론이 적극 반영되도록 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포함, 이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과 안목, 성장성을 지키고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며 "믿고 지지해준 주주분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을 해오신 주주분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