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기자
박스 안에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열기 전까지 기대감이 높아지는 럭키박스. 원하는 제품에 당첨되면 이름처럼 '럭키'지만 원치 않는 패키지가 나오면 '실패'를 느끼게 된다. 막상 열어보면 상품 구성에서 본 적 없는 제품이 나오거나, 똑같은 제품이 들어있는 경우도 많다. 럭키박스를 구매하고 재고떨이에 당한 것 같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2007년부터 매 해 다양한 기획상품(MD)과 음료 쿠폰 등을 전용 포장 박스 안에 담은 럭키박스(랜덤박스, 럭키백)를 성공적으로 판매하면서 최근 교보문고, 무신사, 캐치티니핑, 벨킨, 브라운 전동 면도기 등 다양한 브랜드로 럭키박스 이벤트가 확산하고 있다.
시즌별로 캐릭터가 많아 피규어나 장난감을 구매하다 보면 파산할 정도라고 '파산핑'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캐치! 티니핑'. '알쏭달쏭 캐치! 티니핑' 럭키박스 두 개를 구매해봤다. 박스 하나에 말하는 티니핑 인형 2개와 피규어 2개가 들어있는 구성으로 가격은 1만원 정도다. 하지만 박스 두 개의 구성은 똑같았다. 게다가 전 시즌(두근두근 캐치!티니핑) 캐릭터가 섞여 있었다.
브라운 전동 면도기 럭키박스 이벤트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 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9만9000원에 브라운 면도기를 구매할 수 있는 럭키박스 이벤트를 진행했다. 15만3000원부터 47만8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면도기 5종을 9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설명을 겻들였다. 하지만 실제로 럭키박스 안에 들어있는 제품들의 가격을 검색해본 결과 적게는 3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15만원대에 판매중이라고 한 면도기의 인터넷 최저가는 럭키박스 구매금액 9만9000원보다 저렴한 9만6000원이었다.
벨킨은 지난 7월 럭키박스 행사를 진행해 3만9000원에 맥세이프 무선충전기, 맥세이프 무선 충전 패드, 보조배터리 등을 판매했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제품들의 가격대는 6만9000원~23만9000원으로 럭키박스 구매비용 보다 높다. 하지만 "받아보니 아이폰 12~14 시리즈만 가능한 제품" "가족 4명이 럭키박스를 샀는데 내용물은 모두 똑같은 보조배터리" "친구, 동기 등 주변 모두 보조배터리만 받았는데 재고떨이 당한 거 같다" 등 불만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필요하지 않은 제품이라도 언박싱의 재미를 위해 소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랜덤박스를 구매해 불필요한 제품이나 품질이 저하된 제품이 나오더라도 서프라이즈, 불확실성, 의외성 등 재미 요소 때문에 소비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소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제품을 만들고 배달하는 과정, 버려질 때도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자각하고 소비자들이 경각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