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尹 '아내 활동 국민 싫다면 안해야…인적 쇄신 시일 두고'

담화 분량 크게 줄고 질의응답 할애
"국정쇄신…제2부속실장 발령"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맞아 이뤄진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 어조 등에서도 이전과는 차이를 보였다. 담화문 분량은 대폭 줄이고 질의응답 비중을 크게 늘려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회견에서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만큼 윤 대통령은 담화 초반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날 대국민담화는 오전 10시 시작해 약 15분간 진행됐다. 지난 8월29일 국정브리핑(42분) 때는 물론, 지난 5월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22분) 때와 비교해도 사전 담화 분량이 크게 줄었다. 대통령실이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통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정해진 멘트는 줄이고 최대한 많은 질문을 받겠다는 취지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진 만큼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앉아서 시작했다.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19%(한국갤럽 기준)까지 떨어진 상황을 고려한 듯 어두운 표정의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그대로 읽기보단 진심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담화 초반부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옆으로 이동해 고개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면서도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렸다"고 했다.

지난 8월 회견에서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 추진과 정부 성과에 대한 발언 비중이 커 '자화자찬'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해 이날은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 해소에 집중했다.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끝장 회견' 방식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전 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19~20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으나 이번엔 개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질문에 답변한 뒤 "더 궁금한 게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의지를 보였다. 회견장에는 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은 물론 수석들도 전부 참석했다.

7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텔레비전 생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했던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시일을 두고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어떤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늘 바뀌어야 하고, 일신우일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적재적소 적임자들을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인재를 발굴·물색·검증하고, 검증 과정에 별문제가 없어도 이런 인사안을 내놨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도 해야 해 빠른 시일 내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면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벌써부터 어떤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는 말씀은 드리겠다"면서 "국회 예산이 마무리되고 나면 내년도에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들의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점, 또 미국 대선 때문에, 아마 1월 중에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사실 모든 틀은 한두 달 사이에 전부 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대응 등까지 감안해서 그 시기는 조금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아내로서의 조언을 국정농단화 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아내의 대외활동을 국민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한다"고 활동자제를 시사했다. 또 "오늘자로 제2부속실장을 발령냈다"면서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간 다 뽑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회견 이후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 반전이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월 때는 기자회견 전후 한국갤럽 기준 대통령 지지율이 24%로 큰 변화가 없었고, 8월 기자회견 전후로는 27%(8월4주)에서 23%(9월1주)로 오히려 하락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회견에도 여론 반등이 없을 경우 사태 수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부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정치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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