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정동훈기자
SK그룹 사업 리밸런싱으로 탄생한 에너지 공룡 ‘뉴 SK이노베이션’이 1일 정식 출범했다. 에너지 중간지주사 격이던 SK이노베이션과 탄탄한 캐시카우 SK E&S를 통합해 탈탄소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수익구조를 보다 안정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내 최근 신설한 에너지솔루션 사업단도 단장을 임명하는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SK E&S 흡수합병으로 자산 규모 105조원(올해 상반기)·매출 88조원(지난해 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민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두 회사의 재결합은 1999년 분리 이후 25년 만이다.
기존 SK E&S는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운영되며, 새 사명 'SK이노베이션 E&S'를 사용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의 합병 절차를 마쳤다. 내년 2월1일에는 SK온과 SK엔텀과의 합병도 끝낼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뉴 SK이노베이션'은 종합 에너지사로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할 재무적 안정성도 갖추게 됐다. 석유에너지·화학이라는 기존 사업과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를 포함, SK E&S가 보유한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재활용 플라스틱 등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정유·석유화학에서 배터리로 매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었다. 통합 전 석유 사업 매출 비중은 2019년 73%에서 지난해 63%로 축소된 반면 배터리 사업은 같은 기간 1%에서 17%까지 증가한 바 있다. 연간 1조원 이상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SK E&S의 수익력도 이 과정에서 적극적 투자를 위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은 해외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과 비교해도 탈탄소 시대에 가장 급진적인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엑손모빌, 셸, BP 등 전통 에너지 기업들도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기존 사업과 연계된 사업 시너지를 키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공통된 한계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합병 추진 발표 직후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출범시켜 사업 시너지 창출에 박차를 가해왔다. 추진단은 빠르게 성과를 낼 4대 사업 영역으로 ▲LNG 밸류체인 ▲트레이딩 ▲수소 ▲재생에너지를 선정하고 구체적 사업화에 착수했다.
우선 전력 생산·공급 안정성 강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자가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LNG를 직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 E&S가 개발 중인 호주 바로사 칼디타(CB) 가스전에서 추출한 컨덴세이트(천연가스 채굴 시 부산물로 생산되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를 SK이노베이션이 직접 확보·활용하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신설한 ‘에너지 솔루션(Energy Solution)사업단’과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해 온 에너지 솔루션 사업의 협업도 기대된다. 회사는 초대 사업단장에 김무환 SK㈜ 그린부문장을 임명했으며, SK㈜와 SK이노베이션, 옛 SK E&S,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등에서 신에너지 사업 인력 30여명을 받았다. 에너지 솔루션 사업은 SK그룹 관계사의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AI 데이터 센터 등에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역량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리더십의 변화도 이번 통합의 관전 포인트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앞서 김종화 SK에너지 사장,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 이상민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 등을 새로 선임하며 현장 경험을 갖춘 공학도 최고경영자(CEO)를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공룡 에너지 기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박상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의 역할과 리더십에도 이목이 쏠린다. 박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그룹 내 사업을 두루 경험했을 뿐 아니라 SK의 리밸런싱 작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