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차가운 얼음잔에 담겨 나오는 생맥주는 직장인의 소울푸드 중 하나로 꼽힌다. 고된 하루를 마친 뒤 생맥주 한 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면 피로가 절로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이달초 소울푸드를 캔에 담아 선보였다. '리얼((Real·진짜) 생맥주'라는 의미가 담긴 생드래프트비어.
그동안 편의점에선 생맥주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생맥주는 병입과정에서 열처리 살균을 하지 않고 생산해 효모가 살아있는 맥주를 말하는데, 편의점 캔맥주나 병맥주는 제균 비열처리로 생산해 효모가 사멸될 수밖에 없다. 호프집이나 치킨집에서 마시는 생맥주 맛을 캔맥주에 담아낼 수 없던 이유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아사히 생맥주캔이 품절 사태를 일으키며 인기를 끌자 편의점 고객의 생맥주 수요가 크다고 봤다. 효모를 그대로 살려 생맥주의 신선한 맛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세븐일레븐은 순도 높은 맥즙만을 이용해 기존 라거 맥주보다 깊고 진한 맥아의 풍미를 구현했다.
실제로 생드래프트비어는 생맥주의 맛을 제법 잘 구현해냈다. 탄산이 풍부한 데다, 기존 캔맥주와 다른 쌉쌀함이 입안을 강타했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보리향이 진하게 퍼졌다. 일반 라거 맥주보다 깊고 진한 맥아의 풍미가 느껴졌다. 패트캔도 투명하게 만들어 생맥주의 질감을 살렸다. 컵에 따를 때는 맥주 거품이 풍성하게 올라와 생맥주 특유의 시각적 즐거움도 따른다.
패트캔에는 자외선이 차단되는 UV코팅 공정이 적용됐다. 맛의 변질을 막기 위해 일종의 '방어막'을 쳐놓은 것이다. 효과는 분명했다. 실온에 보관했는데 생맥주의 풍미는 여전했다.
'드시기 30분 전 냉동실에 넣어 살얼음 맥주로 드시면 더욱 시원하고 맛있습니다'라고 적힌 안내 문구를 따라 냉동실에 30분 가량 넣어둔 뒤 시음했는데, 차가운 목넘김까지 더해지면 훨씬 풍부한 생맥주맛을 즐길 수 있었다.
생드래프트비어는 이달 3일부터 전국 세븐일레븐 2000여개 점포에서 판매됐다. 최근 2주(10월17일~30일) 판매량은 판매 초기 대비 2.5배가량 늘었다. 이 같은 소비자 호응에 세븐일레븐은 다음 달 중으로 생산량을 늘려 전 점포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기존 캔맥주보다 다소 비싼 가격(한 캔 5000원·500㎖)이 숙제로 꼽힌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3캔에 1만2000원에 판매하는 묶음 할인 행사가 진행 중으로, 전국 전 점포로 확대되는 다음 달까지 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