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탄소중립 목표 달성하려면 광양2고로 개수 중단해야'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추진하고 있는 광양 제 2고로 개수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28일 발간한 '광양 제2고로, 수명 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 중립과의 거리'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국 철강 산업 잔여 탄소 배출 허용량은 5억5000만t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준으로 한국 철강 생산 설비의 폐쇄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5년까지 포스코가 현재 개수를 중비중인 광양 제2고로를 폐쇄해야 하며 2030년까지 현대제철 당진 1, 2호 고로를 포함해 고로 4기를 폐쇄해야 한다.

기후솔루션은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탄소 예산'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국내 철강 산업의 고로 폐쇄 시나리오를 계산했다. 탄소 예산이란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이다. 탄소중립까지 남아 있는 탄소 배출량이라고 할 수 있다.

IPCC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파리협약의 목표를 50% 확률로 달성하기 위해 2020년 1월 기준 전 세계에 남아있는 탄소 예산은 약 5000억 이산화탄소 환산톤(500GtCO2)이다. 즉, 세계가 이 한도를 초과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전 세계 탄소 예산을 기준으로 국가별 탄소배출량과 인구수를 고려해 한국의 탄소 예산을 추산하고, 추산한 값에서 다시 부문별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고려해 2024년 한국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을 계산했다. 그 결과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저지를 위해 한국 철강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남은 탄소, 즉 탄소 예산은 5억5000만 톤(550MtCO2)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러한 한국 철강 산업 탄소 예산에 따라 석탄에 기반한 한국 철강 생산 설비의 폐쇄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현재 국내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총 11기의 석탄 고로와 포스코 파이넥스 설비 2기가 있다.

분석 결과 2025년에 마지막 개수로부터 20년이 경과하는 포스코 광양 제2고로 폐쇄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현대제철 제1,2고로와 포스코 광양 제1고로 등 3기를 폐쇄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2033년에는 현대제철 당진 제3고로와 포스코 포항 제2고로 등 2기의 추가 폐쇄가 필요하며, 2034년에는 파이넥스 설비 2기를 제외한 나머지 고로 5기를 전부 폐쇄해야 철강산업에 할당된 잔여 탄소 예산을 준수하면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출처=기후솔루션 '광양 제2고로, 수명 연장만큼 멀어지는 탄소중립과의 거리' 보고서.

하지만 포스코는 아직까지 고로 폐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고로를 개수해 계속 사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6월 말에 포항 제4고로의 개수를 완료한 데 이어, 연기되던 광양 제2고로 개수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올해 4월 밝힌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광양 제2고로의 계약 기간을 2024년 1월~2025년 8월로 명시했으며 약 3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 명세도 공개했다. 2024년 반기 보고서에서는 계약금액을 2830억원으로 증액했다. 지금까지 집행된 금액은 총 예산 중 1.2%에 해당하는 34억2500만원으로 초기 개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개수란 고로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수한 뒤에는 15년 이상 수명을 연장해 쓰는 게 업계의 관행이었다. 광양 제2고로의 경우 개수한다면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광양 2고로 투자 규모를 고려할 경우 개수 작업 이후에는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그동안 포스코가 제시했던 탄소중립 로드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기준 연도 대비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하고 2035년까지 30%, 2040년까지 50%를 줄여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보고서는 "광양 제2고로를 통해 설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확장 개수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향후 15년간 누적 탄소 배출량 1억3702t의 석탄 설비를 새로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의 저자인 기후솔루션 철강팀 강혜빈 연구원은 "포스코가 광양 제2고로를 개수하는 순간, 1.5도 온도 상승 저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5도 목표와 탄소중립 이행에 부합하지 않는 광양 제2고로 개수를 중단하고 즉시 폐쇄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연구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강 산업의 탄소 예산을 고려해 모든 고로의 단계적 폐쇄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탄소중립 로드맵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IT부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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