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쑥' 예·적금 금리 '뚝'…커지는 예대금리차

대출금리가 요지부동인 가운데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예·적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앞서 지방은행 및 저축은행 등이 예·적금금리 인하를 한 적은 있지만, 시중은행이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신호탄으로 예·적금금리 인하 행렬이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우리은행은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12개월) 적용 이율을 연 2.2%에서 2.0%로 0.2%포인트 내렸다. 같은 날 NH농협은행도 거치식 예금금리를 0.25~0.4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55%포인트, 청약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는 각 0.25% 포인트 하향한다. 시중은행 중 예·적금금리 인하에 나선 첫 사례다.

앞서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먼저 수신금리 인하에 나섰다. 지난 17일 경남은행은 예·적금금리를 최대 0.75% 포인트 인하했다. '마니마니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기존 3.15%에서 2.9%로, '일반정기적금'(12개월)도 3.2%에서 2.95%로 내렸다. '마니마니자유적금'(5년)은 연 3.55%에서 연 2.8%로 한 번에 0.75%포인트나 낮췄다. 부산은행도 18일부터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0.15~0.35%포인트 인하했다. 저축은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업계도 마찬가지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다올저축은행은 21일부터 0.05%포인트 인하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취급 중인 정기예금상품(12개월 만기) 중 '연 4% 금리'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은행들의 수신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따른 조치다. 한은은 2021년 8월 이후 38개월 만에 '피벗'을 선언,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더욱 강화하면서다. 시중은행은 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후 최종적으로 우대금리를 뺀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지표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 금리 등은 한은의 기준금리 변동이 반영되는데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여기에 은행이 가산금리까지 올리면서 대출금리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날 기준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71~6.11%, 변동금리는 4.57~6.67% 수준이다.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데 수신금리마저 인하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평균 0.57%포인트를 기록했다. 7월(0.434%포인트)보다 0.136%포인트 확대됐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건 4월(0.05% 포인트) 이후 4개월 만이다.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은행의 수익은 커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이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기준금리가 인하해도 곧장 예·적금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면서 "시기의 문제일 뿐 대부분 시중은행이 내부적으로 수신 금리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금융부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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