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AI는 계속간다…'반도체內 레거시보다 AI 좇아야'

TSMC 호실적,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 기여
SK하이닉스, AI 기술 리더십 지속
"반도체 소부장도 AI 밸류 체인에 집중해야"

반도체 내에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레거시(범용)간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TSMC의 호실적이 AI가 반도체 사이클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대형 반도체는 물론 소부장(소재·부품·장비)까지 AI 밸류 체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 지수는 전거래일 종가 기준 3372.61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내리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반도체 지수 내에서도 개별 종목의 움직임은 다르다. 이 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전날 장중 5만85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장중 저점 대비 31.93% 반등했다. 특히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달부터 11조원 넘게 팔아치우며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부진의 이유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대비 AI 기대감이 적고 PC 및 스마트폰 등 레거시 반도체의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고 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업종 투자 시 레거시 반도체보다는 AI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입을 모았다. AI 반도체가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과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엇갈린 실적 흐름으로 증명됐다는 설명이다. 최근 ASML은 실적 쇼크를 기록했으나 TSMC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AI가 활용되는 고성능컴퓨팅(HPC)향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AI 산업에 대한 시장의 걱정을 완화시켰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나노 및 5나노 기술을 활용하는 고성능컴퓨팅과 스마트폰 관련 고객들의 AI 제품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AI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약해질 수 있다"며 "이번 TSMC의 호실적은 앞서 ASML의 부진한 실적으로 훼손된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AI 리더십 여부와 메모리 업황 개선 정도에 따라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및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AI 중심의 견고한 고부가 제품 수요가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것이 매 분기 확인되고 있다"면서 "특히 HBM과 DDR5의 비중이 높아 업황 악화에 대한 노출도가 낮다. HBM3E 12단 제품은 4분기 실적에 반영돼 경쟁력이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삼성전자에 대해 이 연구원은 "역사적 밸류에이션은 바닥"이라며 "이익 전망의 둔화, 부진한 세트 수요 등을 고려해도 현재 주가에서 추가적인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다만 "레거시에서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중화권에서의 공급이 증가하며 자국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 범용 제품의 매출 비중의 감소가 필요하다"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 레거시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메모리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현재 반도체 사이클을 이끄는 동력이 AI이기 때문에 반도체 소부장 투자에서도 AI 관련된 밸류 체인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사이클은 AI가 견인한 사이클이고, 이후 AI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리막이었다"면서도 "다만 하락 사이클을 만들었던 AI에 대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빈약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이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인 35% 이상 조정이 진행돼 저점 매수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견조한 수요와 가격을 바탕으로 하는 HBM 관련 종목에서 반등장 출현 시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자본시장부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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