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 ‘방조죄’·김 여사 ‘불기소’...같은 전주지만 檢 판단 왜 달랐나(종합)

김건희 ‘불기소’ 처분 손씨 ‘방조죄’ 적용
주포 연락 없었고 주식투자 비전문가
검찰 “김 여사, 시세조종 미필적 인식 못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4년6개월 만에 ‘혐의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김 여사 처럼 ‘전주(錢主)’ 역할을 했던 손모씨는 항소심에서 방조죄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김 여사는 방조 혐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김 여사의 경우 손씨와 다르게 주포(주가조작 실행범)들과 연락하지 않았고, 주식투자 전문가도 아니여서 시세조종 및 통정거래를 인지하지 못해 손씨와 같은 혐의로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세조종성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김 여사의 계좌는 6개(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다. 권 전 회장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를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6개 계좌에서 실제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온 기간은 총 19일이다. 법원이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1단계 기간 중 8일(통정매매 54회, 현실거래 177회), 공소시효가 남은 2단계 기간 중 11일(통정매매 50회, 현실거래 1회)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 여사가 이 기간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단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손씨는 주포와 연락, 주식전문가...김 여사는 일반투자자, 시세조종 인지 정황 찾지 못 해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구체적으로 손씨의 경우 주포 김모씨의 요청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면서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직접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김씨 또한 주가 관리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12년 7월 손씨에게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형님이 도이치 쫌만 잡아주세요”, “형님 한 만주 잡을 수 있어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김 여사의 경우 위와 같은 사정이나 정황 등이 없어 방조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권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1차 주포인 이모씨 외에는 다른 주범들과 연락한 정황도 없었다. 법원은 권 전 회장 일당의 의사소통 하에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대신증권 계좌에서 두 차례 통정매매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는데, 검찰은 2단계 주포 김모씨로부터 물량 요청을 받은 권 전 회장이 계좌를 직접 운용한 김 여사에게 매도하라고 연락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거래 당시 구체적인 연락이 오간 정황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범행에 관여된 기간(2010년 1월∼2011년 3월) 권 전 회장과 1차 주포 이모씨 외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는 점, ‘김 여사가 주식을 잘 모르고 지식, 경험도 부족하다’는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 등도 무혐의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아울러 최은순 씨의 경우 계좌 2개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온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중 신한 계좌는 최씨 진술대로 본인이 직접 운용한 것이고 미래에셋 계좌는 권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보고 혐의없음 처분했다. 검찰은 김 여사 모녀를 포함해 시세조종 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난 계좌주 94명 중 추가 확인이 필요한 60여명을 추가 조사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했다.

檢 “김 여사, 손씨처럼 방조죄 성립하려면 시세조종 미필적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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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를 적용하려면 시세조종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혐의가 찾아야 하는데, 이를 입증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의 추천에 의해 주식을 매수했고, 그 기대치의 상단에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저 사람(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을 해서 가격을 올렸을 것이라는 것은 기대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을 했다고 보려면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정도 정보로는 미필적 인식에 구성요건에 들어가긴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종적으로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해 “권오수 전 회장이 주포 등과 함께 시세조종 범행을 진행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상장 전부터 투자해 온 ‘초기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을 자신의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을 믿고 투자했을 뿐,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명품백 수수 사건에 이어 검찰이 또다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면서 검찰에 대한 ‘방탄’ 비판 여론과 김 여사 특검론 등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2020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수사가 시작돼 최종 처분이 나온 이날까지 4년6개월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고발 직후 수사 진전이 없자 형사1부에서 형사6부로 사건이 재배당됐고,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검찰은 2020년 11월 반부패수사2부로 사건을 재배당했다. 심우정 현 검찰총장도 수사지휘권이 없는 상태다.

사회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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