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이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교육감이 부재한 가운데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추진했던 자율형사립고 소송전을 이어가지 않기로 했다. 16일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관련 상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정책이기도 한 '자사고 폐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날 이종선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학교의 안정적 운영과 학생의 학교선택권 보장이라는 교육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변인은 "자사고 존치 결정 이후 교육청의 자사고 운영 및 관리에 대한 행정적 기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정부에 자사고 운영 및 관리를 위한 법령 개정과 자사고 운영 평가 세부지표에 투명성 강화 항목 포함, 해당 배점 확대를 요청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법무부에 '상고 포기 요청'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제1심 판결과 다르게 자사고 존치 규정이 다시 신설된 상황에서 상고를 통한 법적 다툼을 종료하고 헌법에서 명시한 학생의 학교선택권과 학습권 보장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자 한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회계 부정으로 자사고 지위가 박탈됐던 휘문고는 1심 판단을 뒤집고 항고심에서 승소하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당시 재판부는 "(자사고 지정 취소의) 처분 근거로 삼고 있는 시행령 조항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폐지는 전임 교육감인 조 전 교육감의 추진 정책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학년도부터 자사고, 외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교육감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학교 7곳과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중 자사고 7곳과 벌인 지정 취소 소송 항소를 취하했다.
서울시교육청의 결정은 교육감직을 박탈당한 조 전 교육감의 부재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감 권한대행 중인 설세훈 부교육감은 휘문고 항소심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향후 사학의 부패행위 사전 차단 및 사립학교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관리·감독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상고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지만, 이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차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보궐선거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