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금융감독원이 상장지수펀드(ETF) 선물매매 과정에서 1300억원의 운용손실을 낸 신한투자증권 사례를 계기로 국내 증권사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전수점검 결과에서 추가 일탈 행위가 확인되면 업계 신뢰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인 만큼 ETF 관련 업계서도 긴장하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6곳의 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를 담당하는 패시브영업 부서들은 오는 18일까지 금융감독원에 이상손실 발생 현황과 주문한도, 리스크 한도, 거래 과정에서의 내부통제 현황 등을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에서 요청한 증권사 자체점검 기간은 8월1일부터 10월14일까지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사례에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지난 8월5일 '블랙 먼데이' 시점에 손실 폭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던바, 이를 중점적으로 들여봐 줄 것을 주문했다.
증권사 다른 부서도 급하긴 매한가지다. 금감원에서 장외파생상품 거래 내부통제 관련 점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전 부서에서는 이달 31일까지 ETF 트레이딩 외에도 주가연계증권(ELS), 메자닌 등 다양한 장외파생상품과 관련해 리스크 한도와 내부통제 절차를 준수하는지 보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우선 각사 감사실을 통한 자체점검을 요구했다. 이후 문제가 드러날 경우 현장점검 등 검사권을 발동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청산 물량이 집중되는 선물·옵션 만기일을 중심으로 증권 전산시스템상의 단순 오류 등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점검 대상은 공식적으로 26곳이지만, 국내서 ETF 업무를 하는 곳은 24곳 정도다. 특히 패시브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 비중이 큰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KB증권 등이 중점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ETF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시장 전반이 커지면서 증권사가 수행하는 ETF LP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업계에선 ETF 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개인 투자자의 신뢰 하락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자산운용업계에서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 등 일부 회사들을 중심으로 ETF 계열사 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되면서 각사 증권사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국정감사 시즌 국회에서도 공식적으로 김병환 금융위원장에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면서 일부 증권사 감사실에서도 ETF LP 운용부서를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국내 개인투자자 연합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신한투자증권 1300억원 손실 사태에 대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유동성 공급자 편법·불법 운용 실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ETF가 ELS나 주식워런트증권(ELW)처럼 위험한 자산이고, ETF LP 부서가 위험한 자산을 굴린다는 인식을 줄까 봐 걱정이 된다"며 "이번 신한의 경우는 프랍트레이딩을 한 것이고 ETF LP와는 무관한 사항"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