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왜 낮을까

평균소득 높아 엥겔지수 낮고
농수산물 생산비용도 적어
식료품 폭리 금지 논의 부적절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최근 식료품 가격 폭리 금지 조치를 제안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코로나19 이후로 계속해서 식료품 가격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료품 가격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 무려 25%나 올랐다. 다행히 2024년에 들어서면서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은 크게 둔화했지만, 여전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보다는 높은 상태다.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 식료품 가격 폭리 금지 조치는 합리적인 규제일까?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알아보아야 할 부분은 과연 미국에서 식료품 가격 폭리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다. 하지만 미국 식료품에서 가격 폭리가 일어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찾기 어렵다. 가격 폭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공급이나 수요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 이후, 기본 생필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을 때 주로 사용된다. 가격 폭리라는 개념 자체가 실증적으로 정의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실증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어렵다. 미국의 여러 주에 가격 폭리를 금지하는 법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법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은 배경이다.

미국 식료품 산업의 이익률은 전통적으로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1~2% 수준의 낮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식료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이는 가처분 소득 대비 지출 비율이나 전체 가계 지출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엥겔지수)로 봐도 분명하다. 예를 들어 미국 농무부(USDA)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은 가처분 소득의 약 11.2%를 식료품에 지출했으며, 이는 2022년과 동일한 비율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미국의 식료품 지출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USDA의 비교 데이터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엥겔지수가 낮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년 기준으로 가처분 소득의 약 15% 이상을 식료품에 지출했다. 그 외 여러 저소득 국가들에서는(예를 들어 방글라데시·미얀마·에티오피아 등) 엥겔지수가 미국보다 2~4배 이상 높은 경우도 있다. 중간 소득 국가인 아르헨티나, 브라질, 중국, 코스타리카, 멕시코와 비교해도 미국은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 엥겔 법칙에 따르면, 가구 소득이 증가할수록 총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 관련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감소한다. 미국은 평균소득이 높기 때문에 엥겔지수가 낮은 것은 자연스럽다. 또 다른 이유는 낮은 식료품 가격이다. 미국에서 농수산물은 규모의 경제를 누릴 만큼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적은 편이다. 비용이 적으니 가격도 낮다.

현재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가격 폭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가격 폭리 금지 조치 논의도 시의적절하지 않다. 비교적 저렴한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다른 국가들에 비해 미국이 가진 강점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현재와 같은 식료품 가격 상황을 부러워할 만하다. 가격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비교적 저렴한 식료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여러 국가가 꿈꾸는 경제적 현실이다.

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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