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 작품이 유해도서?…경기도교육청 '폐기 권고'

"동성애 조장"…일부 시민단체서 이의 제기
경기도교육청, 관내 학교에 "폐기하라" 공문
문화연대, '도서 검열'에 우려 표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그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유해 도서로 지정된 일이 논란에 휩싸였다. [출처=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그의 소설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권고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5월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이창래의 '가족', 정재승의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 아사히 신문 출판사의 'Why+ 인체', 사카이 다츠오의 '내 몸 안의 숨겨진 비밀, 해부학'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 내 학교도서관에서 2528권의 성평등·성교육·페미니즘 관련 도서가 폐기됐다. 폐기 도서 대부분은 지난해 일부 시민단체들이 "동성애를 유발한다"며 유해 도서로 지정한 141권에 포함된 것들로 알려졌다.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공개한 자료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관내 초등학교에 "성 관련 도서를 폐기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으며, 지난 2월에는 "성교육 도서 처리 현황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시민단체들이 유해 도서 심의를 청구한 68권 중 67권에 대해 "유해 도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 측은 "폐기된 도서의 양이 많아 그 점을 좋지 않게 생각하곤 있으나,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나 내용으로 보고 있다"면서 "시민단체에서 계속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원옥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지난 8월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열람제한 및 폐기 사태 대응 토론회 - 성평등, 평등하고 자유롭게 배울 권리'에서 "미국의 도서 검열·금지 시도가 학교와 교실 내에서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특정 내용의 교육 내지 언급을 금지하려는 법안 제정 시도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 보장과 관련된 법·제도를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이들이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검열하는데 앞장서는 건 우연한 일이 아니"라며 "성평등·성교육 도서에 대한 검열을 제도화하겠다는 건,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