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수석 '의대 2000명 증원 과학적 근거 있어…원래 4000명 늘려야'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박희택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하은진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사회자인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하 비대위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료계 반발이 큰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대해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내놓은 숫자"라며 원래는 최소 4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10일 말했다.

장 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장래 인구 추계 같은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 인력 수급량을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수석은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어 개인별 의료 수요가 매우 정확히 측정되고 의사 면허 부여와 활동까지 국가가 직접 공급하는 체제를 가졌다"며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 큰 오차 없이 전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참고한 3개 전문가 연구에서도 미세한 가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35년에 약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며 "정부는 이 3개 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더 깊이 들여다봤는데, 몇 가지 비현실적 가정들을 현실에 맞게 보완한 결과 부족한 의사 수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장 수석은 "즉 2000명 증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그래서 정부가 줄곧 2000명은 필요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수석은 "과학적 근거 외에도 의료현장을 조금만 더 관찰해 보면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급 의사가 더 부족해질 수밖에 없는 암울한 요인이 많다"며 "의사도 급속히 고령화해 2029년 이후부터는 70세 미만인 활동 의사 수 증가율이 거의 0%라는 사실과 지나친 전공 세분화로 전문의 1인당 담당 영역이 축소되는 현상, 비필수분야로 인력 유출 가속화 등이 그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와의 협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에는 "법정 의사단체인 의사협회 등과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증원 문제에만 37차례에 걸쳐 협의했다"며 "발표 직전에는 공문으로 의료계 여러 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를 묻기도 했지만 모두가 답이 없었다. 유일하게 종합병원협의회만 300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답을 줬다"고 말했다.

장 수석 발언 중 청중석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한 의대 교수는 "2000명이 늘어나면 무슨 과가 몇 명이 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나"라고 소리쳤다. 장 수석이 '의료계가 적정 증원 규모에 관해 답을 주지 않았다'라고 하자 "그건 거짓말"이라고도 했다. 발언이 잠시 끊긴 장 수석은 "발제할 시간을 달라"라며 말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은 서울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대통령실에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정부 측에서는 장 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비대위 측에서는 강희경·하은진 서울의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정치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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