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원기자
류광지 금양 회장이 회사에서 이자 명목으로 매년 약 210억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양 주가가 10만원을 넘나들 당시 주식을 매각해 5200억원을 현금화한 후 회사에 빌려줬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는 반토막 났지만, 류 회장은 손실 없이 회사에서 사실상 배당까지 받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특히 금양은 본업 실적으로 류 회장에 대한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 향후 유상증자 대금이 류 회장 이자로 지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류 회장과 특수관계사인 케이제이인터내셔날, 케이와이에코 등으로부터 지난달 30일 기준 4673억원을 차입하고 있다. 특수관계사들은 모두 류 회장이 대표로 있는 법인이다.
류 회장과 특수관계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금양 주식을 매도해 현금 총 5276억원을 확보했다. 매각 단가는 주당 8만4264~10만7323원 수준으로 525만5255주를 시간외매매로 팔았다. 당시 금양 주가는 부산 기장의 이차전지 공장 설립, 몽골 및 콩고 광산개발 사업 등의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류 회장은 주식 매각 대금을 모두 금양에 빌려줬다. 부산 기장에 건설 중인 이차전지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도중에 574억원은 틈틈이 상환받아 현재는 4673억원이 남았다.
대여금에 대한 이자율은 4.5%다. 남은 차입금 기준으로 연간 이자만 210억원가량이 발생한다. 이자는 모두 류 회장과 특수관계사가 받아간다. 고점에서 주식을 매각해 수익을 확정한 후 다시 회사에 빌려줘 마치 배당처럼 이자를 받아 가는 셈이다.
류 회장은 고점에서 수익을 실현했지만 당시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손실을 면치 못한 상황이다. 최근 금양 주가는 5만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류 회장이 본인 주식을 대량 매각한 지난 4월 이후 금양의 주가는 계속 빠졌다. 특히 지난달 27일에는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던 몽골 광산개발사업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100분의 1 수준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류 회장이 받아 가는 이자는 금양의 사업 실적으로 갚기 힘든 상황이다. 금양은 올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매출액 671억원, 영업손실 146억원, 당기순손실 19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순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세 배가량 확대됐다.
이는 이자비용 영향이 컸다. 금양은 올 상반기 이자비용으로 84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2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대부분 류 회장에게 지급한 이자다. 류 회장과 특수관계사들이 올 상반기 금양에서 받은 이자는 73억원이다. 금양 전체 이자비용의 87% 수준이다.
금양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차입금 규모 과다 및 발포제 부문 수익성 악화로 인해 사업연도 기간에 이자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영업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입금 부담 완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향후 이자비용 부담 가중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4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조달한 자금이 류 회장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유증 자금 사용 계획에 류 회장에 대한 이자 상환 내용은 넣지 않았다.
금양 관계자는 “내년에는 양산이 이뤄져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특수관계자(류광지 회장 등) 차입금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이유는 세법상 정상 이자율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으로, 이 자금은 유증 관련 세금 납부에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