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필리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인프라·원전 협력 물꼬

尹,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수교 75년만
바탄 원전 타당성조사 MOU…협력 기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경제·국방·공급망·원전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필리핀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 인프라 건설 사업에도 한국 기업의 참여를 늘려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 같은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차 동남아시아 3국 순방을 떠난 윤 대통령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필리핀에 머물며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 정상의 필리핀 국빈 방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양 정상은 수교 75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발전 전기를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필리핀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난해 9월에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시켜 양국 간 무역,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필리핀 정부가 역점 추진 중인 바탄~카비테 해상교량 사업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의 참여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세일즈 외교'도 이어갔다.

양 정상은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달러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 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를 통해 필리핀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한국 기업의 필리핀 대형 인프라 수주 참여를 늘리는 등 양국이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개발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며 "최근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필리핀은 개발 협력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파트너 국가"라고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또 양 정상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를 체결하고,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필리핀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여파로 중단된 원전 건설을 재개할 방침인데,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박 수석은 "한국수력원자력은 바탄 원전 건설 재개 관련 경제성, 안전성 등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를 계기로 고효율 청정에너지원인 원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당성 조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향후 필리핀과 동남아 원전 사업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이날 수립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국방, 방위산업 등 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필리핀이 2028년까지 추진하는 군 현대화 사업에 한국 참여를 확대한다. 또 이번에 체결된 '해양협력 MOU'를 토대로 해상 초국가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구조 등 협력도 늘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 외에도 기획재정부와 필리핀 국가경제개발청은 '한·필리핀 경제협력파트너십(EIPP)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EIPP는 한국형 지식공유사업이다. MOU 체결을 계기로 한국은 2027년까지 필리핀의 디지털 정부 이행계획과 통신위성 네트워크 구축 등에 대해 정책 자문을 지원한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 개발과 도발, 북·러 군사협력에 국제사회가 절대로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고,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도 공감했다. 윤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과 저는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그리고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북한 비핵화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은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가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 저와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정치부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