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370명 몰렸다…5분 만에 사망 '안락사 캡슐' 첫 가동 그 후

한달새 371건 신청 몰려... 접수는 중단
스위스 당국, 캡슐 사용 관여자 신병 확보
"안전·화학물질 사용 기준 미충족한 제품"

캡슐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한다는 '안락사 캡슐'이 처음 공개된 뒤 한 달간 신청 건수가 37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캡슐 제조사는 현재 신청 접수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해당 캡슐이 스위스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탓이다.

AP 뉴스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일명 '안락사 캡슐'을 스위스에 도입한 조력 자살 업체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의 플로리안 윌렛 사장이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안락사 캡슐의 이름은 '사르코(Sarco)'다. 이 기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조력 자살 옹호 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에서 개발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하는 기기로, 더 라스트 리조트는 해당 기기를 스위스로 수입해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기기는 지난달 23일 샤프하우젠주 한 숲속 오두막 집에서 첫 가동 됐으며, 최초 지원자인 64세 미국인 여성이 캡슐 안에서 사망했다.

앞서 조력자살과 안락사의 합법화를 옹호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 설립자인 호주 출신의 필립 니슈케 의학박사는 2017년 네덜란드 디자이너와 함께 3D 프린터로 '죽음의 캡슐'이라 불리는 사르코를 만들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문제는 당시 기계의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가동됐다는 것이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사르코 사용에 관여한 기업 관계자의 신병을 확보했고, 이후 해당 지역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대상으로 형사소송 절차를 밟았다.

업체 측은 6일 성명을 내고 "현재 스위스에서 사르코 사용을 '신청 중'인 사람은 371명"이라며 "사르코의 첫 가동 이후 신청 접수 절차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사르코 캡슐은 엑시트 인터내셔널 설립자 필립 니슈케 박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3D 프린터로 제작됐으며 개발 비용은 100만달러(약 13억4400만원) 넘게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캡슐 안에는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등받이 의자가 마련돼 있으며, 의자에 앉은 희망자가 버튼을 누르면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밀폐된 캡슐 안에서 질소 가스가 분사되고, 캡슐 안의 희망자는 잠든 상태로 수분 안에 사망한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이런 죽음이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단체 측의 주장일 뿐, 실제 희망자가 어떤 환경에서 죽어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사르코가 불법인 이유는 해당 기계의 안전 요건 미충족 및 화학물질 관련 규제 위반 가능성 때문이다.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 스위스 내무부 장관은 "사르코 캡슐은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았는데, 첫째로 제품 안전법의 요건을 충족 못 했으므로 시장에 출시할 수 없었으며, 둘째로 질소의 사용은 화학 물질법의 목적 조항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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