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3만5000원 이상 올릴 듯

7일 오전 이사회서 논의
고려아연 매수가 상향 여부도 이번주 결정
고려아연 "자기자금 중 1조원은 차입" 공시
영풍·MBK 연합과 '쩐의 전쟁' 격화

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과의 지분 싸움 핵심인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적어도 주당 3만5000원 이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와 함께 이번 주 안에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공개매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측 간 자금 동원 여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상향을 논의한다. 제리코파트너스는 2일부터 영풍정밀 지분 25%(393만7500주)를 주당 3만원에 매입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데,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똑같이 맞추자 재차 상향키로 한 것이다. 주당 가격은 같지만 영풍·MBK 측은 더 많은 물량(684만801주·지분 43.43%)을 확보하고 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3만5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영풍정밀 주가는 이미 3만원을 넘어 전 거래일 대비 7.85% 오른 3만43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최씨 일가는 지난달 23일~이달 2일 영풍 지분 약 300억원어치를 매각하며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일가가 영풍 지분을 추가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관심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에 쏠린다. 지난 4일 영풍·MBK는 앞서 4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인상하고 최소 주문 수량 조건을 삭제하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맞대응에 나섰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방식을 택한 만큼 배당세 등에서 불리한 조건이 적용되지만, 물량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이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가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이번 주까지 이사회를 열고 가격 상향을 결정해야 한다. 오는 11일까지 공개매수가 조정을 하지 않으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기간이 10일 늘어나서다. 현재 공개매수 기간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까지, 영풍·MBK 측은 14일까지다.

고려아연은 자금력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자사주 매입을 위해 투입한다고 공시한 자기자금 1조5000억원 가운데 1조원은 차입금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으로 공개매수신고서에 기재한 공개매수자금 조성 내역을 정정했다. 당초 고려아연은 1조2000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한다고 공시했으나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발행한 1조원의 회사채를 자기자본에서 차입금으로 분류하면서 차입금 비율이 확대됐다. 다만 고려아연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금 7600억원 중 5000억원을 공개매수에 사용할 방침이다. 또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에서 받은 한도 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5000억원을 추가로 끌어올 수 있다.

영풍·MBK 연합의 자금력 역시 관심이다. MBK는 최대 10조원 규모의 6호 바이아웃 펀드를 통해 공개매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통상 펀드 투자 한도는 20% 수준이지만 이번 거래에서 설정된 비중에 따라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영풍·MBK는 지난 4일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으로 올리며 필요 자금 규모를 기존 2조2720억원에서 2조5140억원으로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MBK도 펀드에서 무한정 자금을 끌어다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 역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위법하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사주 매입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반면, 영풍정밀은 영풍·MBK 측의 주주 간 계약이 배임 소지가 있다며 경영협력계약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진은 법적 대응을 추가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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