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 트래블]서산 해미읍성에서 '고성방가(古城放佳)' 축제 만끽

5일까지 제21회 서산해미읍성축제
지혜문화축제 '고성방가(古城放佳)' 시즌2
문체부 '로컬100' 선정…미디어아트 화제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에는 300년 수령의 회화나무가 우뚝 서 있다. 높이만 약 20m에 달하는 이 나무는 예로부터 길상목으로 여겨져 궁궐이나 서원, 명문 양반가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미읍성 회화나무는 본래 품은 뜻과 달리 19세기 조선 왕조의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고,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이 너무 많이 잡혀 감옥의 공간이 부족해지자 고문과 사형을 집행하는 장소이자 도구로 사용됐다. 고목이 된 나무줄기에는 최근까지 당시 천주교 신자들을 묶어 두었던 철사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서산해미읍성 축제. [사진제공 = 서산시]

이처럼 천주교의 중요한 역사 현장인 해미읍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0년 전 아시아청년대회 미사 집전을 위해 방문한 이래 역사와 현재의 서사가 공존하는 특별한 관광지로 여행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축제의 계절을 맞아 서산시는 해미읍성 일원에서 '제21회 서산해미읍성 축제'를 오는 5일까지 진행한다. '읍성을 열고 지혜를 만나자'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축제는 선조들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산해미읍성은 1491년 건설된 조선시대 석조 요새로 한국 천주교의 성지다. 과거 생활 도구였으나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옛 물건에서 조상의 슬기로움을 경험하는 '지혜와 창의 축제'를 표방하는 해미읍성 축제는 전통 공연과 현대 대중예술의 융합과 가족단위 방문객을 사로잡을 볼거리와 체험프로그램에 주력했다.

먼저, 송림에서 선보이는 환상적인 미디어아트 ‘몽유송원’을 비롯해, 태양광 활용 만들기 체험과 제로 웨이스트 비빔밥 체험 등 신선한 체험 행사를 운영한다. 아울러, 올해 처음 시도하는 해미거리 푸드코트 ‘해미해피테이블’과 가을운동회 콘셉트의 ‘이고지고 이어달리기’ 등을 통해 재미와 지역 상생을 모두 챙길 계획이다.

지난해 서산해미읍성축제에서 열린 전통 공연 모습. [사진제공 = 서산시]

서산시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면서 해미읍성의 1935년도 사진을 비롯해 천주교인들이 처형당한 회화나무 앞 사진, 1955년 해미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등 귀한 사진 20점을 발굴했다. 이를 전시하는 ‘해미읍성 1935 사진전’을 축제 기간 중 함께 진행한다. 전시와 함께 1955년 해미초등학교 졸업자인 80년대 중반 지역 주민분들을 대상으로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벤트를 벌이는 한편, 해미읍성의 오랜 사진을 기증하는 분에게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서산해미읍성 축제는 올해 친환경 축제로 첫발을 내디딘다. 풍력 발전기를 만드는 서산 향토 기업과 만남을 통해 풍력 발전기를 돌려서 얻는 에너지로 이번 축제 기간 중 메인 무대 인근, 전체 보행로 경관 조명을 밝힐 예정이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세대공감 공연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4일 현대자동차그룹 필하모닉오케스트라(단장 정성록)가 '해미 더 클래식'이란 제목 아래 카르멘 서곡, 하바네라, 라데츠키 행진곡, 사운드오브뮤직 OST, 오페라의 유령 OST 등을 연주하고, 5일 한국음악협회 서산시지부 단원들의 클래식 공연과 뮤지컬팀 ‘어쏘티드’의 ‘뮤지컬 갈라 극장’이 이어진다.

지난해 열린 '제20회 서산해미읍성축제' 중 '어린이 당근마켓' [사진제공 = 서산시]

5개국 123명의 외국 공연단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콜롬비아, 루마니아, 폴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 5개국 123명의 외국인 공연작 참여하는 ‘세계 민속 공연’이 5일까지 계속된다.

국내 3대 읍성 중 하나인 해미읍성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2000년 시작된 충남 대표 축제다. 조선시대 병영문화와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축제다.

2013년부터 7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 축제, 2020년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지난해 문체부 '로컬 100'에 충남권에서 유일하게 선정되며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한국관광공사 주관 'K-컬처 관광이벤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화스포츠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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