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후정책 순위 주루룩, G20중 16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의 기후 정책이 주요 20개국(G20) 중앙은행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2년 전에 비해 3계단 하락한 수치다.

30일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G20 중앙은행 기 정책을 평가한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Green CentralBanking Scorecard)에서 16위로 평가됐다. 한은이 최근 지속가능성장실을 신설하는 등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글로벌 수준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런던 기반 비영리 연구단체인 포지티브 머니(Positive Money)가 발간한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전체 평가대상인 20개 중앙은행 중 16위에 그쳤으며, D등급을 머물렀다.

포지티브 머니는 "녹색금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데 있어 녹색 채권 발행량이 부족해 제약이 있는 등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평가의 근거로 꼽았다.

포지티브머니가 공개한 '녹섹중앙은행점수표2024'

포지티브 머니는 연구 및 정책 제언, 통화정책, 금융 정책 등의 측면에서 G20 소속 국가와 유럽중앙은행의 기후정책을 평가한다. 올해 순위에서는 유럽연합 소속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했고 유럽중앙은행이 4위를 차지했다. 브라질과 중국 중앙은행도 각각 5, 6위로 높은 순위에 올렸다.

또한 보고서는 달러가 갖는 위상과 미국 경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순위는 16위에서 17위로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Fed는 유럽의 중앙은행과 달리 기후변화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포지티브 머니의 잭 리빙스턴(Zack Livingstone)은 "미국 중앙은행이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글로벌 금융 환경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글로벌 금융 리더들에게 Fed의 책임을 묻고, Fed가 기후 정책을 채택하고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후변화로 농산물을 비롯한 생활물가가 치솟고, 폭염과 홍수 등 자연재해 증가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등 기후변화가 경제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은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한국은행의 최근 자체 연구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이상기후가 전 품목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미치는 영향력은 0.04%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상기후는 과실 물가에 0.40%포인트, 식료품 물가에 0.18%포인트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2021년 본격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방향을 제시했고, 관련 연구 활성화와 함께 외화자산에 대한 석탄 및 화석연료 투자 제한, ESG 투자 확대 등의 정책을 펼쳐왔다.

최근 보고서 '기후 위기 앞에 선 한국은행, 그 역할을 묻다'를 발간한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연구 영역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녹색 금융중개 지원 대출, 한은 담보 및 대출의 기후 영향평가, 녹색 채권 매입프로그램 등 통화 신용 정책 수단을 적극 검토·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기후 대응이 강조되는 것은 그만큼 기후변화가 물가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표면화된 증거"라며 "한국은행은 물론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이 곧 경제와 민생 정책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업IT부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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