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만들 듯 제도 설계...업무 몰입도 높이는 비결이죠'[K인구전략]

권묘진 네이버 컬쳐&익스피리언스 리더 인터뷰

권묘진 네이버 컬쳐 익스피러리언스(Culture Experience) 리더가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1784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대기업의 사내 어린이집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며 비교적 긴 시간 맡길 수 있다는 이유로 입소 경쟁률이 치열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 추첨으로 원아를 선발한다. 그러나 네이버는 다르다. 한때 5대 1에 달했던 경쟁률은 최근 0.76대 1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2021~2022년 어린이집을 새로 오픈하며 수용 인원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유연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권묘진 네이버 컬쳐&익스피리언스(Culture&Experience) 리더는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집 근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괜찮다는 반응이 많다"며 "일하는 장소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육아를 전담하는 직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권 리더가 이끄는 컬쳐&익스피리언스 조직은 채용부터 퇴직까지 직원들이 회사에서 경험하는 모든 과정을 기획하는 곳이다. 이 조직은 2011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회사가 되려면 내부 구성원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디자인, 마케팅, 공간 기획 등 인적자원(HR) 업무 경험이 없는 직원들로 구성해 사용자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내 제도를 설계해왔다.

직원 복지가 좋기로 유명한 네이버에서도 가족 친화 제도는 특히 만족도가 높은 제도로 꼽힌다. 임신부터 출산, 양육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서 필요한 지원을 세심하게 마련했기 때문이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제도는 내부의 목소리에서 비롯된다. 전사 간담회부터 소규모 그룹 미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다. 서비스를 만들 때 사용자의 작은 피드백도 놓치지 않는 것처럼,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제도를 요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고 권 리더는 설명했다. 지난 8월에 신설된 난임 지원 제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권 리더는 "주변 동료들이 난임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며 임신 전부터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는 것처럼 사내 제도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에 대한 전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직원 평균 연령이 34세로 젊은 조직이기에 절반 정도가 미혼이다. 이를 고려해 복지에 대한 역차별이 없도록 배려한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 재원의 경우 육아휴직자와 그 외 직원들을 근무 기간에 따라 별도로 구분해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출산이나 육아 목적이 아니더라도 자기개발이나 휴식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쉴 수 있는 자기돌봄 휴직도 제공한다.

네이버가 가족 친화 제도에 진심인 것은 가정이 안정돼야 진정한 몰입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 리더는 "임신, 출산, 육아를 이어가는 과정에서 커리어가 끊기지 않도록 촘촘하게 지원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제도화하면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