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형기자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건강하다는 사회 통념과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이 쏠린다. 노년기에 음식 씹는 횟수가 과도하게 늘어났다면 치매 위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강북삼성병원·기업정신건강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60세 이상 노인 5064명을 8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기사 중 특정한 표현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해당 연구의 골자는 저작(咀嚼·음식물을 입에 넣고 씹는 것) 기능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저작 기능은 1년 동안 밥을 삼키기 전 평균적으로 씹는 횟수로 평가했다. 그 결과, 남성 노인의 경우 밥을 삼키기 전 음식물을 10회 이상 씹는 사람이 10회 미만으로 씹는 사람에 비해 전반적인 인지기능, 기억력 모두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0회 이상 씹는 사람의 치매 발생률이 10회 미만인 사람보다 2.9배 더 높다고 추산했다. 특히 치매 중 예후가 더 나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그 위험 수치는 3.2배까지 올라갔다. 평균적으로 평소보다 밥 씹는 횟수가 5회 늘어나면 치매, 알츠하이머 발생률은 각각 16%, 23%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관계성은 MRI 영상으로도 확인됐다. 씹는 횟수가 많은 남성일수록 저작 조절 및 치매 관련 뇌 영역(백질, 측두엽, 후두엽)의 용적이 감소한 상태였다. 다만 여성 노인에게선 저작 횟수와 치매 위험, 뇌 용적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연구팀은 "노년기 저작 횟수 증가가 치매 병리에 대한 보상 행동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 음식을 너무 오래 씹는 현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