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 '사인해달라'…'성별논란' 복서, 패션쇼장 반응은 폭발적

알제리 복서 칼리프, 밀라노 패션위크 참석
'XY 염색체' 가진 여성 복서…금메달 획득
SNS에 '남자'로 칭한 비난 글 고소하기도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당시 '성별 논란'을 딛고 금메달을 획득한 알제리 여자 복서 이마네 칼리프(25)가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 방문한 근황이 포착됐다. 23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전날 밀라노 패션위크 보테가 베네타 패션쇼에 초대 손님으로 참석한 칼리프를 알아본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이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밀라노 패션위크에 참석한 칼리프와 그가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모습.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델로스포르트 캡처, 연합뉴스]

칼리프는 머리를 한갈래로 묶고 노란색 상의와 검은색 가죽바지에 금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여유 있게 사람들의 요청에 응했으며, 일부 팬들은 "예뻐요"라고 외치며 환대했다. 칼리프의 옆자리에는 할리우드 배우 줄리언 무어, 팝스타 리한나의 남편이자 래퍼인 에이셉 라키 등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자리했다. 이에 대해 라 레푸블리카는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며 "칼리프가 올림픽 스타에 걸맞은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보테가 베네타 패션쇼에 참석한 이마네 칼리프. [이미지출처=이마네 칼리프 인스타그램 캡처]

칼리프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당한 바 있다. 다만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면서 성별 논란이 불거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을 판별한다"며 "칼리프가 복싱 여자 경기에 출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성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칼리프와 올림픽 16강전에서 붙은 자국 선수 안젤라 카리니의 경기를 앞두고 "남자 선수가 출전하는 건 부당하다"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따졌다. 칼리프와 카리니의 경기 영상을 본 해리포터 작가 J.K.롤링은 엑스(X·구 트위터)에 "이건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것을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설명하라"고 적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엑스에서 "남자는 여자 스포츠에 끼면 안 돼"라는 한 수영 선수 출신 여성인권운동가의 게시물에 "물론이죠"라고 답했다.

그러나 칼리프는 비난을 딛고 결국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중국 양류와의 결승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으로 태어나 살았다"며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 모든 사람이 올림픽 정신을 준수하고 타인을 비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이 끝난 뒤 프랑스 파리 검찰청에 '사이버 불링(온라인에서의 괴롭힘)' 수사를 요청하는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프 측은 "정의, 존엄성, 명예 등을 지키기 위함이다. 챔피언 복서가 당한 괴롭힘은 이번 올림픽의 큰 오점"이라며 "칼리프에게 익명으로 혐오 메시지를 던진 사람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슈&트렌드팀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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