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국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5곳에서 회사당 평균 700건의 부당 승환계약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면서 신계약을 청약하게 하는 행위로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이 2023년부터 지난달까지 5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3502건(1개사당 평균 700건)의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켰다. 이들은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부당 승환계약을 유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제재절차를 진행중"이라며 "영업질서 훼손과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엄격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사 소속 설계사 김모씨는 2022년 1월12일부터 지난 3월8일까지 '무배당00종신보험' 등 16건의 신계약을 모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무배당00종신보험' 등 18건의 기존계약을 해지하도록 유도했고 해당 보험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 금감원이 파악한 결과 기존계약과 신계약의 보장이 상당 부분 유사했지만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전보다 크게 증가했다. 기존계약으로부터 받을 해약환급금도 납입보험료보다 적었다. 거액의 정착지원금을 받은 설계사는 실적에 대한 압박·부담으로 새로운 보험계약 성사에 대한 유인이 커 부당 승환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잦다.
대형 GA 5곳 대부분 대규모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세부 기준이나 관련 통제 활동이 미흡했다. B사의 경우 지역본부장이 영입 설계사에게 회사 내규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해 정착지원금을 지급했지만 해당 GA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C사는 정착지원금을 본부·지점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고 본사에서는 지급 현황을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도 않았다. 금감원은 정착지원금 운영 GA에 관련 내부통제가 제대로 마련될 수 있도록 '경영유의'나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GA는 일정기간(경영유의 6개월, 개선 3개월) 내 조치 요구사항에 대한 정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치내용이 미흡하면 금감원은 적절한 기간을 정해 재정리를 요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정착지원금 관련 내부통제 점검과 주요 공시지표 분석 등 상시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부당승환 의심계약이 많이 발견된 GA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다.
GA 정착지원금 관련 내부통제 강화도 유도할 방침이다. GA업계 자율로 마련한 모범규준에 따라 분기별로 정착지원금 운영 내역 등을 공시하도록 하고 올해 4분기 중 보험GA협회와 함께 GA업계의 모범규준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개혁회의 논의 등을 통해 GA와 소속 설계사에게 적용되는 수수료 규제 등의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며 "보험소비자의 알권리 강화와 정보비대칭 해소를 위한 승환 비교 안내 시스템 개선 등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