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유튜버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TV 등 전통 매체의 주요 수입원인 광고시장까지 집어삼키는 분위기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유튜버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가 전통 미디어인 TV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관련해 "표면적으로는 유튜버들이 전통 미디어에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듯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청자와 광고 수익을 놓고 벌어지는 전투에서는 아마추어(유튜버)가 프로(전통 미디어)를 제압하고 있다"면서 이미 유튜버들의 전통매체 장악은 시작됐다고 봤다.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체 광고 시장에서 TV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3%에서 올해 2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튜브는 지난해 광고 수익으로 315억달러(약 42조원)를 벌어들였다. 2019년 151억달러에 불과했던 광고 수익이 5년 새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유튜브의 이러한 강세는 막대한 구독자층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매달 세계에서 유튜브를 보는 이용자는 25억명이 넘는다. 국내에도 지난 한 달간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이 유튜브였다는 통계가 있다. 총 19억5666만 시간으로 국민 1인당 하루 73분꼴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휴대폰, PC 등으로만 즐기던 유튜브 영상을 이제는 TV로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고 전통 매체와 정면충돌하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실제 미국 TV 시청자들은 시청 시간 10% 이상을 유튜브를 보는 데 사용한다. 유튜브 이용에 넷플릭스 등 다른 플랫폼보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튜브 콘텐츠가 갈수록 전통 매체처럼 전문화하고 있다.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가 수십명의 팀을 꾸리고 수백만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영상을 만든다. 짧았던 영상 상영 길이가 길어지고 스포츠나 드라마 등 TV에서 봐왔던 영상 프로그램과 비슷한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다만 유튜브가 이처럼 대형화할수록 수익만큼이나 비용도 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지난 3년간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영상 제작 업체에 지불한 비용은 연평균 230억달러(약 31조원)다.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15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이코노미스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콘텐츠 제작 비용은 고정적이지만 유튜브의 수익 분배 모델은 광고 수익과 함께 비용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유튜브 등) 소셜 플랫폼이 할리우드 수준으로 커질수록 블록버스터급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