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록스타 피아니스트·젊은 관객의 열정…韓 부러웠다'

런던 심포니 상임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인터뷰
"록스타 같던 조성진…1시간30분 사인회 인상적"
"中피아니스트 유자 왕과 협연…존경하는 음악가"

록스타 같았던 피아니스트와 열정적인 젊은 관객들.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 경은 이같은 이유를 언급하며 2018년 첫 내한 공연의 경험이 매우 특별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번째 내한을 앞두고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특히 유럽 클래식 공연장에서 보기 힘든 젊은 관객들을 보며 솔직히 한국이 부러웠다고도 했다.

파파노 경이 2024~2025 시즌 런던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로 공식 취임해 첫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다음달 한국을 방문해 네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일 롯데콘서트홀, 4일 경기광주 남한산성아트홀, 5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과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 그리고 협주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 등을 들려준다.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이 협연한다.

파파노 경은 2018년 11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처음 내한했다. 그가 당시 록스타 같았다고 표현한 피아니스트는 조성진이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조성진과 함께한 CD 사인회다. 조성진은 마치 록스타처럼 대우받았고, 사인회는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이어졌다. 믿기지 않는 경험이었다."

안토니오 파파노 영국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사진 제공= 빈체로, (c) EMI Classics]

조성진은 2015년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떠올랐다. 조성진에 이어 2022년에는 임윤찬이 당시 18세의 나이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피아니스트가 됐다.

파파노 경은 지난 7월 베르비에 축제에서 임윤찬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했다.

"임윤찬도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진 음악가다. 앞으로도 그와 계속 협업할 계획이다. 조성진과도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어 무척 기대된다. 이 젊은 예술가들이 어린 나이에 서양 음악을 이렇게 깊이 있게, 단순히 기술적으로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까지 완벽히 이해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그들과 직접 함께 연주해 본 경험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파파노 경은 6년 전 내한 공연에서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클래식 공연장을 가득 메운 젊은 관객들이었다고 밝혔다. 유럽 무대에서는 젊은 관객들을 보기 힘들고 따라서 한국 공연장에서 느낀 젊은 열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말 특별했다. 무엇보다도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찬 공연장이 인상적이었다. 흔히들 클래식 공연장에 가면 흰 머리의 관객들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젊은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는 확연히 다르고 연주자들은 그 에너지를 즉시 느낀다. 유럽에서도 한국처럼 젊은 관객들의 열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이 많이 부럽다. 한국의 음악가들이 런던 심포니와 연주할 때에는 런던에 거주하는 젊은 한국 분들께서 엄청난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다. 마치 축구 경기를 보러 오는 것처럼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해 오는데 정말 환상적이다. 바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관객이다."

협연하는 유자 왕은 공연에서 즉흥적인 감정을 강조하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그는 모든 음악은 생명체라며 즉흥적인 감정에 의해 매 순간 새롭게 재탄생한다고 말한다. 그는 2022년과 지난해 내한 독주회에서 관객들이 즉흥적인 감흥을 느끼기를 바란다며 연주곡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파파노 경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자신이 "디테일에 집중하고, 도저히 도달할 수 없을 때까지 완벽함을 추구하는 지휘자로 알려져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유자 왕의 즉흥성과 파파노 경의 완벽성이 공연에서 어떤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했다. 파파노 경은 유자 왕과 자신이 이미 공연을 자주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유자 왕은 즉흥적인 면모와 자유로움, 내가 추구하는 완벽함이라는 두 가지 성향이 상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연주자로서 무대에 오를 때 내 귀는 유자 왕이 관객에게, 그리고 나에게 전하고 소통하려 주는 신호들에 완전히 열려 있다. 그 순간을 그저 따라간다. 나 또한 무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원으로서 언제든지 순간 순간에 맞춰 반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 또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게 지휘자인 나의 역할이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 [사진 제공= 빈체로, (c) Julia Wesely]

파파노 경은 더 나아가 유자 왕을 존경하는 음악가라고 표현했다.

"유자 왕은 호기심이 많아 다양한 레퍼토리를 시도한다. 항상 안전한 길을 선택하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시험해왔다는 점에서 유자 왕을 많이 존경한다. 유자 왕은 화려한 의상과 구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외적인 모습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피아니스트다. 음악에 헌신적이고, 그만큼 철저히 준비한다. 아주 풍부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음악가이기도 하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뛰어난 기술을 겸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다. 굉장히 특별한 아우라와 개성을 갖고 있는 연주자다."

파파노 경은 이번에 연주하는 곡 중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오르간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파이프 오르간이 필요한 곡이고 그래서 자주 듣기 힘든 곡이다.

"이 곡은 피날레가 아주 유명하다. 제목이 '오르간'이기 때문에 이 교향곡에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등장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오르간 연주를 들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떠한 것 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네 곡을 남겼고 이 중 2번과 3번이 가장 인기가 높다. 이번에 유자 왕이 협연하는 1번은 상대적으로 덜 연주된다. 하지만 파파노 경은 1번이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라고 했다. "라흐마니노프다운 감성적이며 장엄한 멜로디와 어두운 색채, 아름다운 느린 악장,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하는 흥미진진한 피날레 악장까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서정적인 면이 강조되는 작품이다. 이 곡을 정말 사랑한다."

문화스포츠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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