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기자
바이오연료는 당장 수송 분야에서 휘발유를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고 탄소배출이 적은 게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연료로 가공하기까지 적잖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식량과의 경합, 경작 과정에서 탄소배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에서 관련 법령에서 재생에너지의 한 종류로 인정하고 있으나 실제 쓰이는 분야는 제한적이다. 바이오연료를 둘러싼 쟁점 사안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바이오연료 가운데 3분의 2 정도 차지하는 바이오에탄올은 주로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만든다. 이러한 먹을거리를 연료원으로 쓰는 게 적절한지에 관한 논란은 과거부터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식량 수급 변동성이 심해진 점도 논란을 부추겼다.
미국에서 바이오에탄올을 본격적으로 쓴 건 1970년대부터다. 석유파동으로 자원수급 취약성이 드러나자 바이오에탄올에 세금공제 혜택을 주고 사업자엔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을 이끌기 위해 융자 등 지원책을 내놨다. 1979년 2000만갤런(7500만ℓ) 수준이던 미국 에탄올 생산량은 1986년 7억5000만갤런, 2004년 들어서는 36억갤런으로 급증했다. 지금은 연간 150억갤런 정도를 생산해서 소비한다.
눈에 띄는 건 에탄올 생산·사용량이 수십, 수백 배 급증했으나 옥수수 재배면적은 8000만에이커(약 32.3만㎢) 1980년대 전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자동화된 경작 방식이나 종자 개량 등 농업기술이 발전하면서 같은 면적에서도 더 많은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게 됐다. 비식용 작물이나 유기성 폐기물을 활용해 에탄올을 가공하는 방식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이나 브라질처럼 식량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곳에서도 바이오연료 도입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에드워드 허버드 미국 재생연료협회 디렉터는 "바이오에탄올의 경우 옥수수에서 전분만 취해 가공하는 것일 뿐 나머지 부산물인 주정박은 사료로 쓴다"며 "부산물로 식량을 공급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만큼, ‘옥수수를 식량 대신 연료로 쓴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일반 휘발유에 10% 혼합(E10)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은 에탄올 10%를 혼합한 휘발유를 쓰면 연비가 3%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운전 습관에 따라 그 이상 연비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차량 성능에 끼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에탄올 생산량이 많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에서는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E15(에탄올 15% 혼합)나 E10을 넘어 에탄올 비율을 30%까지 늘린 E30을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 50대를 가져다 70만마일가량을 먼저 시험했다고 한다.
리드 와그너 네브래스카주 에탄올보드 사무국장은 "에탄올 비중을 30%로 높여도 (차량 부품이나 소재의) 부식이나 손상이 없었다"며 "(엔진 연소 시) 산소 유입량, 냉각수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기존 내연기관도 E30 연료를 충분히 잘 활용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에탄올 비중이 50~85%에 달하는 E85 연료도 쓰인다. 다만 이를 연료로 쓰기 위해서는 따로 개발한 전용 차량이거나 별도 제작한 키트를 달아야 한다. 과거 미국이나 중남미권에 주력하는 완성차 회사를 중심으로 이러한 플렉스 퓨얼(FF) 차량을 개발하고 나섰으나 전동화 전환으로 전기차 개발에 매진하면서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일환으로 2015년부터 재생에너지 의무혼합제도(RFS)를 도입했다. 단계별로 바이오연료 혼합 비중을 늘리겠다는 구상으로 현재는 경유차 연료에 바이오디젤 4.0%를 혼합해 쓰는 걸 강제하고 있다. 2030년까지 8%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신재생에너지 특별법에 바이오디젤을 비롯해 바이오에탄올, 바이오가스, 바이오중유 등 다양한 바이오에너지를 정의하고 있으나 바이오디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쓰이지 않는다. 앞서 2000년대 들어 학계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됐고 관 주도의 시범사업도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가장 최근으로는 2022년 공공기관 차량을 중심으로 바이오에탄올 시범사업을 계획한 적이 있으나 사업자 참여가 저조해 결국 무산됐다. 에탄올 도입이 더뎌지는 건 정유업계 반발이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탄올을 새로 도입하는 만큼 기존 휘발유 수요를 대체, 매출 감소를 우려해 반대한다는 얘기다.
앞서 도입한 미국에선 최근 이러한 기류가 달라졌다. 차량 전동화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2, 3년 전부터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고 있어서다. 전기차가 널리 보급돼 휘발유 소비가 줄어들 경우 기존 정유 산업 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그런 만큼 정유 업계에서도 탄소배출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에탄올 혼합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아르곤연구소의 이의성 박사는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 석유 수요가 아예 없어지기 때문에 미국에선 바이오연료를 석유의 경쟁자가 아니라 (기존 정유업종을) 유지해줄 수 있는 동반자로 여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