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성추행한 사촌, 성인돼서도 사과 안하네요'

"월경 시작했냐" 불쾌한 신체 접촉
사과도 없어…적반하장 태도
친족간 성범죄, 2차 가해 빈번

기사와 직접 연관 없는 사진. 출처=픽사베이

초등학생 시절 사촌이 저지른 성추행으로 친척 간의 분란까지 겪은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JTBC '사건반장'은 지난 9일 어린 시절 사촌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묻어둔 여성 A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제보자 A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2년 전, 명절에 시골로 내려가 친척들을 만났다. A씨는 방에 들어가 혼자 TV를 보고 있었는데, 중학생이던 사촌오빠가 슬쩍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그는 A씨에게 "너도 월경을 시작했느냐", "남자친구 있느냐" 등 불쾌한 질문을 던졌다. 그뿐만 아니라 손을 꽉 잡거나 배를 만지는 등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이어갔다. A씨는 싫다고 말했으나, 사촌오빠는 "네가 귀여워서 그렇다"며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추행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2년 후, 사촌오빠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던 A씨를 끌고 갔다.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골목길로 데려간 그는 갑자기 "내가 업어주겠다"며 자신의 등에 A씨를 강제로 업었다. A씨는 "당시 2차 성징이 온 상태였다"며 "오빠가 업어준답시고 손으로 내 엉덩이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가 계속 하지 말라고 해도 사촌오빠는 웃기만 하며 A씨의 말을 무시했다.

참을 수 없던 A씨는 부모님에게 이 일을 털어놓았고, 격분한 부모님은 큰아버지네를 찾아가 "네가 인간이냐"며 "어떻게 동생한테 함부로 손을 대냐"고 사촌오빠를 꾸짖었다. 당시 사촌오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였으나, 되려 큰어머니가 "왜 남의 집 귀한 장남을 혼내냐"며 적반하장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형제간인 A씨의 부친과 큰아버지가 욕설까지 하며 크게 다투게 됐다. A씨 가족은 큰아버지네가 언젠가 사과를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때부터 A씨 가족은 큰아버지네와 연을 끊고 지냈다.

몇 년 후, 다른 친척들이 "큰아버지네도 그 일을 후회하고,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 이제 화해하라"고 권유했다.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까지 "내 속 그만 썩이고 앞으로는 잘 지내라"라고 하자, A씨의 가족은 다시 큰집과 왕래를 시작했다. A씨 역시 사촌오빠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었으나 가족의 관계를 위해 잊어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해 할머니의 팔순을 맞아 모인 자리에서 다시금 언쟁이 벌어졌다. 당시 사촌오빠가 "내년에 결혼을 한다"고 밝혔고, 큰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명문대, 대기업을 나와서 초등 교사와 결혼한다"며 실컷 자랑을 했다. 이에 A씨 부친이 "성추행범이 무슨 자랑이냐"고 응수하자 큰아버지는 "내 아들에게 성추행범이라니"라며 격분했다.

현재 친척들은 A씨네 편과 큰아버지네 편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큰아버지 측은 "당시 사촌오빠도 어렸기 때문에 짓궂게 농담하고 장난친 것인데 죄인 취급을 하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 측은 "지금이라도 '내가 성추행을 한 것이 맞다'고 인정하고 사과하면 용서를 하든 말든 생각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양지열 변호사는 "미성년자 친족에게 저지른 성범죄는 공소시효도 없다"며 "아무리 옛날에 당한 일이어도 피해자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희 변호사 역시 "오히려 가족이나 친척이 피해 여성에게 화살을 돌리는 경우 2차 가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지훈 변호사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원래 성범죄는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이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니 정말 몹쓸 인간이다", "큰아버지네를 감싸는 친척들도 모두 2차 가해를 하는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슈&트렌드팀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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