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맞붙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욕인지 호의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미국 백악관은 "선거 개입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5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 토론에서 "우리가 선호하는 후보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그러나 그가 불출마하면서 지지자들에게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해리스의 풍부하면서 '전염성 있는' 웃음은 그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보다 엄청나게 많은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리스가 '잘한다면' 그런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새 대통령은 미국 시민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발언은 다소 예상 밖의 발언이라는 평가다.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밝혀온 데다가,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원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푸틴이 오늘 카멀라를 지지했다"면서 "여기에 대해 정확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날 모욕한 건지 아니면 그가 내게 호의를 베푼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타블로이드지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해리스 지지 발언을 놓고 농담을 던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즉각 대선 개입 시도로 규정하고 미 대선에 대한 발언을 중단하라며 반발했다. 특히 이날 발언은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가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 혐의로 미 정부 제재 대상에 오른 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은 우리 선거에 대한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는 어느 쪽으로든 누구도 선호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사람은 미국 국민"이라면서 "푸틴이 (미) 대선에 대해 그만 이야기하고 간섭을 중단하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