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기란 쉽지 않다. 작은 집 한 채 짓는 것도 반년 이상이 걸린다. 만약 집을 며칠 만에 뚝딱 완성할 방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 이런 기술이 존재한다. 이미 주택을 지을 때 자주 고려되는 방법이다. 찍어내듯 집을 짓는다고 해서 ‘3D 프린팅 건축(이하 3D건축)’이라고 부른다.
3D건축의 원리는 실험실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3D 프린터’와 같다. 설계도를 입력하면 대형 로봇팔이 움직이면서 특수 콘크리트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집을 짓는데, 기존 건축 방식에 비해 공사 기간을 압도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일반적인 주택의 경우 짧으면 정말로 단 하루, 길어도 수일 정도면 외벽 공사를 마칠 수 있다. 이후에 내장공사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2~3개월을 넘지 않는다.
건물을 ‘프린트’ 한다고 하면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구성이나 단열성능, 사용 편의성 등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분야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3D건축 업체 아이콘(ICON)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남쪽 지역에 짓고 있는 대규모 단독주택 단지 ‘울프 랜치(Wolf Ranch)’다. 현재 공사가 막바지 단계인데, 집 크기는 81~115평 규모로 큰 편이며, 4~5개의 침실이 있는 단층 건물 형태다. 단열이 뛰어나 일반적인 주택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45~60% 높고, 시속 405㎞의 강력한 바람에도 견딜 만큼 튼튼하다.
3D주택은 대단히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2023년 국내 한 3D건축 업체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3D건축물의 안전성 실험을 진행했는데, 무게 1t이 넘는 승용차를 시속 50㎞로 몰아 건축물 옆 벽을 들이받았지만 바로 옆 유리창도 깨지지 않았다.
문제는 비용이다. ICON이 짓고 있는 울프렌치 단지의 주택은 공급가격이 대략 45만달러(약 6억원)부터 시작한다. 또 다른 회사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근처에 15가구의 3D주택을 짓고 있는데, 공급가가 약 65만달러(약 8억6800만원)에 달한다. 3D 건축 초기라 개발비 등이 포함돼 비싼 가격표가 붙었다. 그러나 향후 시장이 커지면 가격도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많다.
주택시장 안정화가 시급한 국내 실정에 3D건축은 큰 메리트가 있지만, 법적 걸림돌이 문제다. 현재는 주거용 건물이 아닌 작은 시설물이나 경비초소 등을 짓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빨리 개선할 문제다. 3D건축은 세계적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3D건축 시장규모는 지난 2021년 12억달러(약 1조6500억원)에서 2031년 33억달러(약 4조5500억원)로 연평균 40.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3D건축은 기본적으로 로봇, 즉 기계 기술과 관련이 크다. 이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국내 3D건축 관련 법률을 조속히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파퓰러사이언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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