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품은 사우디, 올해 이적 시장서 주춤한 이유는 재정난 때문?

사우디, 올해 선수 영입 이적료 '반토막'
"매해 최고 선수 영입은 불가능" 설명했으나
재정난에 관중 부족…영입 후 유지 필요성↑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끌어안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는 선수 이적 시장에서 주춤한다. 앞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명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끌어들였지만 올해는 자금 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다 사우디로 온 선수가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축구 데이터 업체인 트랜스퍼마크트 데이터를 인용해 사우디가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선수를 새로 영입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5억3000만달러(약 7086억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1년 전만 해도 사우디는 10억달러 가까운 자금을 들여 호날두와 네이마르, 카림 벤제마 등을 영입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전 세계 구단이 타국 리그에서 뛴 선수 영입에 지출한 이적료 총액은 64억6000만달러(약 8조5800억원)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지난해 8억7500만달러에서 올해 4억3100만달러로 지출액이 반토막 났다.

WSJ는 "사우디 리그의 자금 규모는 올여름 세계에서 여섯번째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사우디가 스포츠에 쓰는 자금이 지속해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게 아닐 수 있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보유하고 있는 알 힐랄 등 사우디 프로 리그 '큰손' 구단들이 지속해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 영입에 나설 것이라 기대했으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신호가 나왔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축구 리그 측은 이미 유명한 선수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굳이 새로 영입할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라면서 "안정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해 세계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는 건 불가능하며 리그 전반에 관중들이 더 많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모하메드 빈살만 왕세자(사진 왼쪽)와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사우디의 자금력을 보고 이동했다가 본인과 맞지 않다며 뛰쳐나오는 선수들의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올해 1월 EPL 리버풀 주장 출신인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이 반년 만에 알 에티파크를 떠나 네덜란드 아약스에 합류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유럽 전역에서 선수를 더 끌어들이기 위해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확보한 선수들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우디가 이적 시장에서 이전보다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하는 또 다른 문제는 돈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우디가 비전 2030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자금이 많이 들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공개석상에서 자금 부족 가능성을 언급하거나 일부 계획을 연기하거나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또 비용 추산 오류, 투자 난항 등으로 재정난이 발생하면서 네옴시티 건설 계획을 재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마저 나오고 있다.

재정난뿐 아니라 예상보다 축구 리그가 관객을 잘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트랜스퍼마크트 데이터에 따르면 경기당 평균 관중은 8200명 미만에 불과했다고 한다. 리그 전체 관중은 1년 전보다 13% 증가한 250만명에 달하고, 일부 경기는 5만명 이상의 팬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슈퍼스타가 없는 경기에서는 관중 1000명을 동원하기조차 어렵다고 한다.

한편,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축구 리그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광으로 알려진 빈살만 왕세자가 관광 유치 등을 위해 축구 산업을 육성하기로 했으며, 2034 FIFA 월드컵 개최도 사실상 확정했다. 다만 리그 활성화라는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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