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은 어디가 싸다고?' 동네마다 다른 비급여 약값

"같은 여드름약 5만원 차이날 때도"
'원정쇼핑' 가고 불법 중고거래까지
가격 보고제 의약품 확대 필요

여드름·탈모약 등 소비자가 주로 찾는 비급여 약값이 지역별로 크게 차이 나면서 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원정 구매'를 떠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대량으로 구매한 약을 중고 거래로 판매하는 행위까지 성행하면서 관련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 한 약국의 내부 모습[사진=이서희 기자]

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중구·종로구, 경기 안양·의왕 일대 약국 10곳에서 판매하는 대표적인 비급여 약인 '이소티논(여드름 치료제)' 가격은 한 달 처방분(30알) 기준 2만2000~2만7000원으로 한 알당 많게는 200원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비급여 약인 '두타스테라이드(탈모 치료제)' 가격은 한 달 처방분 기준 2만9000~3만8000원으로 한 알당 많게는 300원가량 차이가 났다. 주기적으로 복용하기 위해 한꺼번에 3개월 치 이상을 처방받을 경우 같은 약임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가 3만원 가까이 벌어지는 셈이다.

현재 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급여 약제는 소비자가 각 약국이 자체적으로 정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 문제는 비급여 약제에 관한 가격 고시 규정이 없어 소비자가 각 약국 판매 가격을 비교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올해 3월부터 기존 병원급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비급여 의료행위 가격 의무 보고제'를 동네 의원급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으나, 여기에도 비급여 의약품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비급여 피부과 약이 거래되고 있다.[사진=온라인 사이트 캡처]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기 위해 불법 중고거래, 직구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실제로 한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접속해 살펴보니 수란트라, 이소티논, 비아그라 등 대표 비급여 약을 사고파는 중고 거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모씨(26)는 "피부에 모낭염이 생겨 수란트라를 주기적으로 처방받고 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저렴하게 올라오는 것들을 구매하거나 가격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약국으로 '원정 구매'를 떠나기도 한다"며 "많게는 5만원 가까이 차이 나는데, 같은 약을 이렇게 비싸게 주고 구매하는 건 억울해서 발품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현재 비급여 의료 행위에 대해 시행하고 있는 가격 보고제를 비급여 의약품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겸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비급여 약은 지역에 따른 월세 차이, 약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할 경우 제약사가 단가를 낮춰주는 행위 등의 영향으로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며 "현재 비급여 의료 행위에 대해 이뤄지고 있는 가격 의무 보고제를 비급여 의약품으로 확대하고, 심평원은 이를 수집해 소비자가 적정 가격을 참고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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