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제조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정책과 선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투자 의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른 여파다. 제조업 지표 약세에 경기 하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하며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했다. 전월 46.8에서 상승했지만, 전문가 전망치(47.5)는 밑돌았다.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인 제조업 PMI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이로써 ISM 제조업 PMI는 5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하며, 미 경제의 10.3%를 차지하는 제조업 경기 위축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제조업 고용은 개선됐지만, 공장 가동은 여전히 부진했다. 제조업 PMI 하위 지수인 제조업 신규 주문 지수는 지난 7월 47.4에서 8월 44.6으로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 지수는 같은 기간 45.9에서 44.8로 하락했다. 반면 제조업 고용은 43.4에서 46으로 상승했다.
ISM 제조업 조사 위원회의 티머시 피오레 위원장은 "미 제조업 활동은 여전히 위축 국면에 있지만, 지난달과 비교해 위축 속도는 둔화했다"며 "현재 통화정책과 선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자본, 재고에 투자할 의향이 없어 수요가 여전히 억눌린 상태"라고 분석했다.
같은 날 S&P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 역시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S&P글로벌의 8월 제조업 PMI는 47.9를 기록해 전월(49.6)은 물론 전망치(48)를 모두 밑돌았다.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PMI의 추가 둔화는 제조업 부문이 3분기 중반 경제 둔화에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경기 선행 지표는 이런 부담이 앞으로 몇 달 동안 심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미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속에 투심이 급속히 냉각되며 9월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 평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1% 하락했고, S&P500지수는 2.12% 내렸다. 나스닥지수는 3.26% 급락해 지난달 5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9.53% 폭락하며 반도체주 급락을 주도했다. 인텔은 8.8% 하락했고, AMD는 7.82% 밀렸다. 퀄컴과 브로드컴은 각각 6.88%, 6.16% 떨어졌다.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전망은 소폭 상승했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63%, 0.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37% 반영 중이다. 빅컷 전망은 이날 오전 35%에서 소폭 올라갔다.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하락한 3.83%,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3bp 밀린 3.89%를 기록 중이다.
블루칩 트렌드 리포트의 래리 텐타렐리 수석 기술 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들어오는 모든 데이터에 매우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시장은 데이터에 매우 의존적으로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