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경기자
선벨트(Sun Belt)는 미국 북위 37도 이남의 일조량이 강한 지역을 일컫는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 남부 15주를 아우른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선벨트’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선벨트 4개주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을 공동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 후보의 평균 지지율은 48% 대 48% 동률로 나타났다. 지난 5월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제외한 3개 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41% 대 50%로 크게 뒤졌던 것에 비하면 매우 약진한 결과라고 NYT는 평가했다. 선벨트는 그간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꼽혔다.
‘선벨트’란 용어는 1969년 미국 공화당 전략가 케빈 필립스가 그의 저서인 ‘부상하는 공화당 다수(The Emerging Republican Majority)’란 책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 책은 공화당이 이른바 ‘남부 전략(Southern strategy)’을 사용해 대선에서 지속가능한 승리 연합을 구축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남부전략은 1960년대 공화당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 정서를 이용해 남부의 백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구한 선거 전략이다.
이런 지역적 반감을 이용한 전략으로 대선에 승리한 첫 번째 인물은 리처드 닉슨이다.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닉슨은 필립스와 함께 과거 ‘노예해방선언’으로 링컨이 만들어놓은 공화당의 이미지를 뒤집고, 민주당이 추진한 흑인 권리 향상 정책에 반대해 196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후 1988년 조지 부시까지 공화당은 남부 지역을 장기간 석권하고 6번의 대선 중 5번을 승리한다. 유일하게 민주당이 승리한 1976년 대선은 1974년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을 사퇴한 것에 대한 반작용 결과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자체 예측 모델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WP는 미국 오대호 인근의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3개 주와 남부의 선벨트(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4개 주를 포함한 총 7개 경합주를 근거로 들었다.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전체 50개 주의 선거인단 538명 중 과반(270명)을 확보해야 한다. WP에 따르면, 현재 판세대로라면 트럼프 후보는 경합주 7곳에서 모두 승리해야 한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 3개 주 또는 선벨트 4개 주 중 1곳만 승리해도 270명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54명), 뉴욕주(28명) 등에 많은 선거인단이 걸려 있어 고정표 확보가 쉬운 만큼 일부 경합주에서만 승리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올해 미 대선에서 선벨트 지역 15개 주의 선거인단은 총 234명이다. 주별로는 캘리포니아(54명), 텍사스(40명), 플로리다(30명),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16명), 애리조나·테네시(11명), 사우스캐롤라이나·앨라배마(9명), 루이지애나(8명), 오클라호마(7명), 네바다·미시시피·아칸소(6명), 뉴멕시코(5명) 순으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