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꼬여버린 보잉 우주캡슐‥韓美 합작 '코덱스' 발사 불똥

보잉 '스타라이너', 국제우주정거장서 고장
우주인, 8개월간 체류할 수도
한미 합동 개발 코로나그래프 발사 한달 연기

미국 우주항공 기업 보잉의 문제가 국내 우주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민간 기업이 개발한 우주선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가는 계획을 세운 미항공우주국(NASA)의 계획도 꼬였지만, 우리 우주항공청과 한국천문연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국제우주정거장용 코로나그래프의 발사와 운영도 지연된 것이다.

보잉의 우주캡슐 스타라이너가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해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우주선개발 낙제점 보잉= 외신에 따르면 최근 NASA는 보잉사의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스타라이너)’을 통한 첫 유인 시험비행에 나섰다가 ISS에서 두 달 넘게 체류 중인 우주비행사들을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보잉 경쟁사인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을 태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NASA는 최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스타라이너 비행 임무에 참여한 NASA 소속 우주비행사 배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 지구 귀환에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을 활용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보잉과 스페이스X는 NASA와 계약을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 관계다. 스페이스X가 비교적 원만하게 NASA의 요구를 충족하며 성장했지만 보잉은 수차례의 발사지연에 이어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선이 문제를 일으켜 귀환하지 못하는 중대한 상황을 겪고 있다. 스타라이너는 지구에서 발사된 뒤 ISS에 도킹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헬륨 누출과 기동 추진기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예정됐던 우주인들의 귀환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스타라이너는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과 함께 지구 궤도의 ISS를 오가며 NASA의 수송 임무를 담당하는 유인 캡슐로 개발돼 왔지만 이미 스페이스X에 한참 뒤진 상황이다.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은 2020년 유인 시험비행을 마치고 상용화를 시작했다. 크루드래건의 첫 유인시험비행은 민간 기업을 통한 우주인 수송이라는 상징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크루드래건 발사를 지켜보기 위해 플로리다로 날아가기도 했다. 반면 스타라이너는 2019년 12월 첫 무인 시험비행에 실패한 뒤 2022년 5월에야 무인 비행에 성공했고 이번에도 문제를 일으키며 NASA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최근 항공기 분야에서 잦은 문제 발생으로 지적받은 보잉으로서는 뼈아픈 상황이다. 스페이스X는 팰컨9 발사체를 통해 앞서 나갔고 스타십을 통해 화성 탐사의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보잉은 지구 궤도의 ISS까지 가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며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번 유인 시험비행에도 실패하면 향후 개발 과정은 더 늘어지게 된다. 보잉은 이달 초 스타라이너 개발 비용이 1억2500만달러가량 추가돼 2016년 이후 총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의 비용이 예상보다 더 들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한 두명의 우주인은 당초 한주일 동안의 여정이 8개월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보잉 우주선 타고 간 우주인 최장 8개월 우주생활= NASA 계획대로라면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은 당초 계획된 4명이 아니라 2명만 탑승해 ISS로 이동하고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내년 2월에 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지난 6월 지구를 떠나 두 달 넘게 ISS에서 체류해온 두 우주비행사는 내년 2월까지 총 8개월여간 ISS에 머물게 된다. 당초 계획된 ISS 체류 기간은 일주일이었다.

스타라이너 문제는 연쇄적으로 후속 임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미 NASA는 우주비행사를 ISS에 보내는 ‘크루-9’ 임무를 위한 드래건 캡슐 발사를 이달 18일에서 다음 달 24일로 연기했다. 이 우주캡슐이 스타라이너 우주비행사들의 귀환 수단으로 사용될 것을 고려한 조치다. NASA가 우주비행사 귀환에 스페이스X의 우주캡슐을 활용하게 되면 스타라이너는 무인 비행으로 먼저 지구 귀환을 시도한다.

켄 바우어삭스 NASA 부국장은 "지난 1~2주 동안의 상황을 보면 스타라이너가 우주비행사를 태우지 않고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 커졌다"며 "우리는 이 옵션을 더 면밀히 검토해 실행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우주공간에서의 열진공환경에 대비한 시험을 위해 대형 챔버에 장착된 CODEX의 모습.(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CODEX 탑재 위치. 사진=천문연

◇한미 공동개발 코로나그래프 발사도 지연= 보잉의 문제는 전체 ISS 관련 발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과 미국이 태양의 코로나를 관측하기 위해 개발한 코로나그래프 ‘코덱스(Coronal Diagnostic Experiment·CODEX)’ 발사도 당초 9월에서 오는 10월로 미뤄졌다.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은 지난 8일 서울 종로 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코덱스 발사 계획을 설명했다. 강현우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임무설계프로그램장은 "하루 전에 NASA 측이 코로나그래프 발사를 한 달가량 연기한다고 통보해왔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그래프는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라 발사에는 문제가 없지만 ISS의 상황을 고려해 전반적인 스케줄이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코로나그래프란 밝기가 태양 표면의 100만분의 1 이하인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영역인 코로나(corona)를 관측할 수 있는 특별한 망원경이다. 지금까지의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코로나의 형상만 촬영하는 데 그쳤지만 코덱스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형상뿐 아니라 온도와 속도를 하나의 기기에서 동시에 관측해 2D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한미 공동 연구진은 2019년 10월 공동개발에 착수한 코덱스를 올해 4월 통합 조립을 완료했으며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미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코덱스의 통신 및 제어 기능 시험 등 발사 전 최종 점검을 마쳤다.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우리 측이 약 200억원, 미국이 3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고 우주항공청은 설명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우주항공청-천문연구원 코로나그래프 최종 점검 성과 브리핑에서 최문환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표면에 비해 백만배 이상 어두운 태양 대기의 바깥 부분인 코로나를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발사된 코덱스는 ISS에 있는 NASA 우주인들이 약 3~4주간 코덱스를 ISS에 설치하고 시험 운영을 한 후 6개월에서 2년간 운영된다. 코덱스는 태양 반경의 세 배에서 열 배에 이르는 영역의 코로나 온도와 속도를 측정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과 천문연은 코덱스를 통해 태양의 바깥층이 어떻게 그렇게 뜨거운지, 태양풍이 어떻게 그렇게 빨라지는지 등 아직 태양 코로나와 관련돼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이를 통해 우주 날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서 최종점검을 수행하고 귀국한 최성환 천문연 박사는 NASA가 코로나그래프의 광학계와 광기계부, 태양 추적 장치 개발을 맡았으며 ISS 설치와 운영 등을 담당한다면서 "코덱스를 개발하면서 확보된 기술들은 우주, 국방, 반도체 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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