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日증시 12.4% 폭락…사상 최대 낙폭(종합)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

일본 증시의 대표적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가 5일 12% 넘게 빠지며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예상보다 부진했던 미국의 7월 고용지표에 이어 실업률까지 증가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여파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4451.28엔(12.40%) 폭락한 3만1458.42에 장을 마감했다. 종전 최고기록인 1987년 10월20일 '블랙 먼데이' 낙폭(3836포인트)을 뛰어넘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장중 낙폭이 4600엔을 넘어서기도 했다. 도쿄증시 1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토픽스 지수(TOPIX)도 12.23% 떨어졌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이번 폭락은 예상보다 부진했던 7월 미국 경제지표에 더해 실업률도 악화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발표된 7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경기 위축을 뜻하는 50 아래에 그쳤고,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축 시그널을 강화했다. 실업률은 전월(4.1%) 대비 0.2%포인트 오른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틀 연속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2일 6%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낙폭을 확대했다.

특히 금융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상승 기조를 이어왔던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 그룹,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의 주가가 각각 15%, 17%, 19% 넘게 떨어졌다. 지난주 도쿄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던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 소프트뱅크그룹 등의 반도체주도 15~18% 가까이 폭락했다.

도카이 도쿄 인텔리전스 랩의 야스다 히데타로 시장 분석가는 "해외 투자자들은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피던 아베노믹스 초기에 매입한 경우가 많다"며 "BOJ가 금리 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틀면서 이들이 매도 포지션을 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서 BOJ는 지난달 31일 단기 정책금리를 0.25%로 끌어올렸다.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일본 수출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이달 초만 해도 달러당 160엔대였던 달러·엔 환율은 현재 142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BOJ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연방준비제도(Fed)도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미일 금리차가 좁혀진 여파다. 달러·엔 환율 하락은 엔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향후 도쿄증시 전망에 대해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필립증권의 기타노이치 수석 전략가는 일본 증시에 대한 단기 투자 판단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며 "미일 금리차 축소를 고려해도 일본 주식은 과매도 영역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T&D자산 매니지먼트의 사카이 유스케 시니어 트레이더는 "지금은 하방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호실적 등 며칠 전의 호재는 잊힌 채 매도세"라고 짚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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