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연기자
"중요한 것은 협회와 선수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믿음입니다. 서로 믿고 한마음으로 준비했던 결과가 오늘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선전의 원동력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와 저(협회장)는 선수들이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도운 것뿐"이라며 이번 성과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 종목의 성과를 어떻게 예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에도 워낙 잘하는 국가들이 많다"며 "긴장도 많이 했고 이 정도의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본인들이 가진 기량을 살려 이 모든 것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제일 고맙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 회색 티셔츠)이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대회 남자 양궁 개인전에 참가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대한민국 양궁 국가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대한민국 양궁은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석권을 달성한 이후 올해 파리올림픽에서는 혼성단체전까지 포함해 5개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양궁에서 5개 종목 금메달을 석권한 것은 대한민국이 사상 최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파리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시상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사진=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양궁협회를 후원하고 있다.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 단체 후원으로는 최장기간이다. 특히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이번 대회를 위해 개막 이전부터 직접 준비 과정을 챙겨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정 회장은 바쁜 일정을 쪼개 파리 현지 상황을 미리 살펴봤으며, 개막식 전에도 미리 현지에 도착해 우리 선수들의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식사, 컨디션 등을 점검하며 지원 상황을 체크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 정 회장은 모든 주요 경기를 관중 속에서 지켜보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달성한 시상식에서는 선수 한명 한명에게 부상을 수여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번 대회에서 정 회장은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멘토로서도 활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프랑스로 정해지자 정 회장은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 팀 응원이 많은 건 당연하지 않겠냐"며 "우리 선수들 실력이 더 뛰어나니 집중력만 유지하면 된다.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또한 여자 개인전에서 아쉽게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전훈영 선수를 별도로 찾아가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대회 기간 내내 후배 선수들을 이끌고 자신의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 전 선수에게 감사를 표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가운데)과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단이 파리 대회를 마친 지난 4일(현지시간) 전 종목 석권을 축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이 같은 세심한 지원 덕분에 선수들이 메달을 획득한 이후 정 회장에게 달려가거나 인터뷰에서 정 회장을 언급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남자 양궁 최초로 금메달 3관왕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 선수는 "협회장께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적인 위상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양궁협회는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하고 깨끗한 체계를 협회에서 만들어 주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이 선전하면서 지난해 12월 정 회장이 대한민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했던 연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회장은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점검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도 괜찮다"며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품격과 여유를 잃지 않는 진정한 1인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