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슬기나기자
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피벗(pivot·정책 전환) 시그널이 확인된 다음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년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여전히 인하 조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제조업·고용 지표가 악화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급격히 높아진 탓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지난달 금리 인하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침체 경계감은 뉴욕증시도 짓눌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뉴욕 채권시장에서 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1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97%선에서 움직였다. 10년물 금리가 4%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 역시 4.19%까지 떨어져 반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러한 국채 금리 급락은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까지 약세를 보인 탓이다. Fed가 금리를 내리기 전 경기침체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시장을 뒤덮은 것이다.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들은 일제히 경기위축 시그널을 강화시켰다. S&P글로벌이 발표한 7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에 그치며 한 달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했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7월 제조업 PMI 역시 46.8로, 전월(48.5)보다 위축세가 더욱 가속했다.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 50보다 높으면 확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고용시장에서도 약화 시그널이 추가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전략가는 "예상보다 낮은 PMI는 국내 경제 성장 여건이 냉각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가했다. FWD 본즈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침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7%,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3% 미끄러졌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3개월 내 최고치로 뛰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전날까지 진행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제조업 위축으로 3분기 경제 성장이 예상보다 둔화할 수 있다"면서 "고용시장마저 악화해 Fed의 통화정책 전환이 너무 늦었다는 우려가 확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Fed가 올해 남은 9월, 11월, 12월 FOMC 회의 중 ‘빅컷’, 즉 통상적인 0.2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 중이다. 연내 1%포인트 이상 낮출 가능성은 26.1%가량인데, 이는 Fed가 올해 남은 회의에서 한 차례 빅컷에 나설 것이란 데 베팅했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7월 금리 인하의 불을 댕기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 있다"며 "금리 선물 시장이 올해 남은 회의 중 하나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제 시장의 눈길은 2일 오전 발표되는 미 노동부의 7월 비농업고용보고서에 쏠리고 있다. 노동시장의 추가 냉각 시그널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기 때문이다. 현재 월가에서는 비농업 신규 일자리가 17만7000개 증가해 전월(20만6000개) 대비 크게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업률은 4.1%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러한 일자리 성장 둔화가 ‘노동시장 정상화’의 일환인지, ‘광범위한 침체 초기 징후’인지다. 만약 실업률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올 경우 ‘삼의 법칙’에 따른 경기 침체 경계감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의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저점 대비 0.5%포인트 상승했을 때 갑작스러운 침체가 올 수 있음을 파악한 내용이 골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 1970년 이후 과거 침체 사례에서 모두 유효하게 확인됐다. 6월 기준 삼의 법칙상 수치는 0.43%포인트로 기준선에 근접하고 있다.
삼의 법칙을 고안한 클라우디아 삼 박사는 FOMC 첫날 "인하하라. 때가 됐다"면서 "(인하를)계속 기다리면 점진적 삭감이 어려워져 근거 없는 긴박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