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 美 국채 금리, 반년 만에 3%대로 급락…'Fed, 빅컷 나설 것'

파월 9월 인하 예고에, 제조업·고용지표 둔화
7월 금리 인하 실기(失期) 지적 나와
연내 회의 중 하나에서 0.5%P 인하 예상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미 경기 침체 우려까지 고조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 년 만에 3%대로 하락했다. 아직까지는 미 경제 연착륙 전망이 우세하지만 제조업 경기와 노동시장 냉각 시그널이 잇달아 확인되면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선 미 경제가 빠른 속도로 냉각될 경우 7월 금리 인하 '실기(失期)'로 Fed가 올해 남은 세 차례 회의 중 하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하락한 3.97%에 거래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3%대로 떨어진 건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14bp 밀린 4.19%로 역시 반 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미 국채 금리 급락은 전날 파월 의장이 예고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과 이날 미 경기 둔화 지표가 맞물린 결과다. 전날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고용 위험'을 언급하며 9월 금리 인하 신호를 보냈다. 그는 "노동시장 냉각으로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은 하락한 반면 고용 둔화 위험은 이제 실질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9월에 있을 다음 회의에서 정책금리 인하가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Fed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연 5.25~5.5%로 8연속 동결했다.

여기에 FOMC 하루 뒤인 이날 미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지표 공개로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국채 금리 하락이 가속화됐다. S&P글로벌이 발표한 7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으로 집계됐다. PMI가 50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데, 전월(51.6) 수준을 밑돌며 한 달 만에 위축 국면으로 전환한 것이다.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7월 미 제조업 PMI 역시 46.8로, 전월(48.5) 보다 위축세가 더욱 가속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약화 신호도 추가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7월21~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9000건으로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더해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7월14~20일 주간 187만7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11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고치다. 둘 다 시장 전망과 직전 주 수정치를 모두 웃돌았다. 다음 날 미 노동부가 내놓을 7월 고용보고서는 노동시장 냉각 우려를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농업 신규고용이 17만7000건 늘어나 전월(20만6000건) 대비 크게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경제가 견조한 성장률을 이어가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연착륙 달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이날 경제 지표 악화로 침체 우려 역시 짙어지는 상황이다. FWD 본즈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오전 발표된 경제 지표는 경기가 침체됐거나 또는 침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침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7월 FOMC에서 금리 인하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둔화의 징후가 커지면서 Fed가 너무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금리 인하 착수를 위해 9월까지 기다리면 Fed가 운신할 공간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금리 선물 시장이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에 베팅하는 가운데, Fed가 올해 남은 9월, 11월, 12월 FOMC 회의 중 하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연말까지 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100% 반영 중이다. 연내 1%포인트 이상 낮출 가능성은 26.1%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Fed가 올해 남은 회의에서 한 차례 빅컷에 나설 것이란 데 베팅했다는 의미다.

WSJ는 "Fed는 7월 금리 인하의 불을 댕기지 않은 것을 후회할 수 있다"며 "금리 선물 시장이 올해 남은 회의 중 하나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이유"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 침체 우려로 뉴욕증시는 약세로 반전했다. 이날 오전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 동부시간 오후 2시27분 현재 일제히 하락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1.73% 내리고 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88%, 2.86% 밀리고 있다.

국제부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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