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들 '고환율, 집값상승 때문에 금리 못내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 가운데)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지난 11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면서 높은 환율과 집값 상승, 가계부채 우려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물가안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은이 30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7월11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고인플레이션 국면에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더 크다"며 "최근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물가에도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외환시장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 머무르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금리 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강해지는 점도 우려된다"며 "고금리 기간 중 경제의 디레버리징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도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으로 물가의 목표 수준 안착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 데다 환율 변동성 확대,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세, 높아진 수도권 주택가격 등 금융 안정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 위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로 목표치인 2%로 수렴하는 모습"이라며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고무적이며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다른 위원도 "물가의 경우 공급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은 상존하나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적어도 통화정책이 작동하는 부분에서의 물가는 대체로 목표 수준으로 근접해 가는 하향 경로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경제금융부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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