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기자
국고채 금리가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데다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가능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아지면서 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도하게 선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오전 9시5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bp(1bp=0.01%포인트) 내린 2.968%에 거래되고 있다.
전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6bp 내린 연 2.978%에 장을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대로 내려온 것은 2022년 5월30일(2.94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금리의 대표 지표인 국고채 3년물은 가장 활발히 거래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잘 반영하는 금리로 해석된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가 3.5%인 만큼 국고채 3년물 금리에 기준금리 2차례 이상의 인하분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3년물뿐 아니라 만기일이 다른 국고채 금리 역시 일제히 하락세다. 전일 10년물 금리는 연 3.046%로 6.2bp 하락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5.5bp, 4.3bp 하락해 연 2.990%, 연 3.057%에 마감했다. 30년물은 2.942%, 50년물은 2.887%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다.
국고채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자금 유입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6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더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 지표 기준 선물 시장은 9월 금리 인하 확률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국채금리 역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 국채도 영향을 받는 중이다.
국내 물가가 안정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금리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8월 소수의견 이후 10월께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해지면서 채권시장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국고채 금리에 지속해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채시장의 WGBI 편입 가능성도 외국인의 국고채 매수를 불러온 수급적 요인이다. 우리 정부는 오는 9월 WGBI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WGBI에 편입된다면 향후 1년 동안 50조원 이상의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데 이보다 앞서서 선제적인 투자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WGBI 편입에 대한 정부의 기대감이 유지되면서 외국인의 국고채 베팅 자금이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은 지속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 시장의 기대가 Fed를 앞서나가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다소 과도하게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투기성 자금이 몰리면서 일시적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했지만 향후 되돌림 구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앙은행 기준금리 인하와 WGBI 편입 기대감 등으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했다"면서도 "3년물 기준 3% 이하는 과도하며, 8월에는 금리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